삶은 지도 밖에서 시작된다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펼치듯 우리의 삶에도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의 지도가 있다. 그러나 때론 그 지도가 오히려 우리를 불안에 가두고 새로운 길에 나서는 것을 두렵게 한다. 익숙한 길만 걷다 보면 순간의 안정감은 얻을지라도 결국 스스로 만든 미로 속에 갇힐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지도 밖으로 걸어 나갈 용기와 틀렸다고 여겨지는 길도 스스로 선택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회가 만든 정형화된 삶의 지도는 이정표가 돼줄 때도 있지만 정신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BK21 교육연구단이 발표한 ‘2025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 일반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1%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상태를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쟁과 성과 중심의 사회 분위기’와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문화’가 정신건강 악화를 가져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기보다 사회가 그어놓은 선 위를 불안하게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려는 행위는 결국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질 뿐이다.
사회가 제시하는 길을 따르려는 양상은 자신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질과 연결된다. 철학자 알베르카뮈는 우리가 믿는 가치와 의미가 과연 절대적인가에 대해 질문하며 ‘부조리한 인간’에 대해 말한다. 부조리란 삶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와 이에 응답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세계의 충돌이다. 카뮈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특정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믿는 가치와 의미에 세상이 항상 응답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이는 세상이 우리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기에 삶을 자신의 의미와 목소리로 채워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유라는 뜻의 음악인 재즈에서도 앞서 말한 불완전성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재즈는 연주자가 느끼는 순간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곡의 흐름이 변화하며 연주된다. 이는 재즈가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연주를 완성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런 재즈 연주는 오답이 아닌 재즈만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매력으로 여겨진다. 주어진 악보에서 벗어나 연주자의 즉흥적인 감각으로 완성되는 재즈처럼 우리도 삶이란 무대 위에서 오직 나만의 연주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감각으로 만들어가는 삶은 사회가 유도하는 방식에 순응하는 삶보다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삶을 실패로 규정하며 이런 시선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삶은 성공 또는 실패와 같은 이분법적 개념으로 나눌 수 없다. 나아가 우리가 부여한 가치 역시 단순히 개인 내부에서 형성된 것을 넘어 사회가 부여한 것일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겐 재즈 연주자처럼 악보 밖으로 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을 멈추고 지도 밖으로 나올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삶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