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일하지 않는 청년들
쉬었음 청년, 자발적 휴식인가 사회적 배제인가
최근 취업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청년들이 7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되지만 이런 휴식이 자발적이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빠져 있다. 이에 청년들의 고용시장 이탈 원인을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매년 증가하는
쉬었음 청년들
통계청에선 매월 국민의 경제활동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실시한다. 해당 조사 문항 중 ‘지난주에 주로 무엇을 하였습니까’라고 묻는 문항에 ‘쉬었음’이라 응답한 15~29세의 청년들을 쉬었음 청년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실업자와 달리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업자는 직장이 없을 뿐 계속해서 구직활동을 하고있는 상태로 본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육아 △진학·취업 준비 △군입대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쉬었음 항목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통계청의 실업률을 조사할 때도 집계되지 않는다.
쉬었음 인구 중에서도 청년층의 증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청년들의 구직시장 이탈 현상이 경기 침체기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경제 침체 시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다.
쉬었음 청년들의 증가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구직을 잠시 중단하거나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노동시장의 조건 사이의 격차로 인해 취업을 미루기도 한다. 지난해 실시한 한국고용정보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쉬는 이유로 적합한 일자리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교육·자기계발 △번아웃 △심리·정신적 문제가 뒤를 이었다.
표면적으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구직 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시장의 변화로 일을 하지 못하는 비자발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에 의하면 개인의 선택에 의한 자발적 사유는 28%에 불과했고 72%는 비자발적 사유로 나타났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시장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가 감소했단 분석이다. 국가데이터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12만 7,000개 감소했다. 이 중 정보통신업에서만 1만 8,000개가 사라지며 AI 활용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높은 영향을 보였다. 이 밖에도 업무 효율성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며 채용이 줄어들었다.
여러 이유로 쉬기 시작한 청년들의 휴식 기간은 짧지 않다. 2023년 기준 쉬었음 청년의 평균 휴식 기간은 22.7개월로 거의 2년에 달했다. 4년 이상 장기간 쉰 경우도 10.9%로 단기적인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쉬었음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도 줄어 취업에 성공할 확률도 급감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오혜진 박사(이하 오 박사)는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직업과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쉬었음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고 전했다.
이처럼 많은 청년이 경기 침체와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층이 쉴 수밖에 없는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
쉬었음 청년은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 사회 구조적 요인도 청년들의 쉬었음 상태를 지속시킨다. 우선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보수 △처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2020년 1.38배에서 2024년 1.5배로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상여금 △성과급 △복리후생의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격차는 더욱 크다. 이는 단순한 월급 차이를 넘어 장기적 소득과 생활 안정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일자리 간의 극명한 차이가 취업 시장에서 청년들이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찾도록 만들며 준비기간을 늘리고 있다. 오 박사는 “불안정한 노동을 경험한 후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 일종의 유예 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졸 청년 취업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53.9%가 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경력 중심 채용을 꼽았다. 이는 청년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것보다 고용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의 고용 구조는 청년 세대가 원하는 안정적인 구직 체제보다 불안정한 고용 체계 중심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증가 폭보다 비정규직 증가 폭이 더 크고 △계약직 △인턴 △파견 등 단기 고용 형태도 늘었다.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채용조차 실제론 단기 계약직 반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심재만 교수(이하 심 교수)는 “불안정한 노동 경험을 겪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고 전했다.
사회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
우리사회에서 어려서부터 수많은 경쟁에 시달린 청년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끝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기 증명 속에 살아간다. 서울시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의 32.2%가 번아웃을 경험했으며 그 원인으로 진로 불안과 업무 과중을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청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에 취업 실패 경험이 곧 사회적인 낙인으로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자기비난 △자존감 하락 △우울 및 불안을 낳는다. 성과 중심적인 분위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선 학업이나 취업 없이 진로를 탐색하거나 휴식하는 시간을 여전히 실패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고용정보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77.2%가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오 박사는 “우리사회는 청년 세대의 삶을 일과 직업으로만 한정해 공백을 실패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쉬었음 청년의 모습은 아무것도 안한단 사회적 통념과 다소 차이가 있다. 통계청의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쉬었음 청년의 55.5%는 교육·자기계발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52.1%는 휴식·재충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직 활동에 의욕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과 달리 실제론 구직 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학대학교 산업융합공학과 정동열 교수(이하 정 교수)는 “쉬었음 청년을 통계상의 이탈로 보기보단 재진입을 위한 전환 단계로 이해하고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85%는 삶에서 일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닌 다시 진입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준다. 오 박사는 “쉬었음 청년의 대다수가 일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이 시기는 일을 거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의미를 재조정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선택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
해외에서도 일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휴식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이런 시기가 실패의 과정으로 낙인되지 않고 거쳐야 할 하나의 단계로 여겨진다. 영국에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이나 취업시장에 진입하기보단 일정 기간 △봉사 △여행 △인턴십 △현장 경험 등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학업이나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시간을 갖는단 의미에서 ‘갭 이어(Gap year)’라 부른다. 이러한 진로 탐색 시간을 학교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며 경력 단절이 아닌 개인의 성장 과정으로 평가한다. 더해 일본은 정규직 이외의 계약직 노동자인 프리터에게 직업훈련과 직업능력증명서를 제공한다. 프리터는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 만들어진 합성어로 비정규직 일자리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을 의미한다. 정규직 채용보다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청년 프리터족 비율이 높아지자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청년일경험지원사업 등을 통해 청년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구직 의사가 없고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에 포함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정 교수는 “쉬었음 청년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준비와 전환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쉬었음 청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인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구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 △사회적 인식 전환 △불안한 고용시장 변화 등을 통해 청년층의 노동 재진입 지원을 촉구해야 한다. 심 교수는 “쉬었음을 하나의 존재 방식으로 인정하고 그 여부가 아닌 개인이 처한 맥락과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약 70만 명의 쉬었음 청년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노동시장의 문제를 반영한 결과다. 이젠 쉬는 청년을 비난하기보단 청년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