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군사작전, 무엇이 목적인가

미국 내 정치적 동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다

2026-03-16     우정무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2026년 초,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이란 핵심부 공습이라는 파격적인 군사작전을 잇달아 단행했다. 세계 질서의 재편으로 설명하는 시각만으론 그 이면에 숨겨진 구체적인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한 군사 전략을 알아보고 미국 내 정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BBC

 

  정치지도자의
  생존 본능

  지난 1월 3일, 미군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기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2월 28일엔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의 핵심 시설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수뇌부가 대거 사망했고 이란은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수장으로 내세워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국 지도자 제거(Decapitation) 작전은 비용 대비 성공률이 낮아 기피되는 선택지다. 1989년 파나마 침공 당시에도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 두 번이나 극단적인 군사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국제 체제라는 거시적 관점보다 정치 지도자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행위자의 이해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는 지도자의 최우선 목표를 권력 유지라고 분석한다. 권력이 있어야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원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군사력 사용이 자신의 정권 유지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이를 결행한다. 군사력 사용은 △인명 피해 △경제적 손실 △기회비용 등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런 막대한 비용은 국가들이 대체로 전쟁보다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이유다. 이는 정치 지도자의 군사력 사용 결정이 다음의 두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첫째, 군사적 성과가 권력 유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 둘째, 지도자가 인지하는 군사작전의 비용이 얼마나 낮은가?

 

트럼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군사 작전

  2026년 미국의 군사력 사용 사례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성과가 권력 유지에 미칠 영향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 미국 국내 정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상황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는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는 심각한 정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의 핵심 지지 기반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이하 MAGA)’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추진했던 두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 정부는 집권 시작과 동시에 보편 관세를 통해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무역 상대국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제조업 부활을 꾀했다. 그러나 높은 관세는 결과적으로 상당한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무역법 122조와 301조를 통해 높은 관세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2월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 기반 상호관세 부과를 의회 권한 침해로보며 위헌 판결을 했다. 이에 높은 관세를 기반으로 한 경제정책 실행은 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다. 둘째, 트럼프 정부는 MAGA 세력이 최우선으로 선호하는 반이민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다. 그러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두 건의 미네소타주 미국 시민 사망 사건은 전국적인 ‘반트럼프 전선’을 강화했다.

  미국 내 이러한 여론 지형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은 민주당의 과반 확보가 유력시되고 연방 상원 내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마저 자칫 흔들릴 수 있다고 바라본다.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내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금보다 여론이 더 악화해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는 경우 단순한 권력 약화를 넘어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요컨대 현재 미국 국내 정치 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점차 위축되고 있으며 지지율 반등을 위한 강력한 정책 카드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인 관세 및 반이민 정책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백악관에 남은 유일한 승부수는 군사적 성과를 동반한 외교적 승리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트럼프 외교정책의
  결정 구조와 특징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는 군사작전 규모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개인의 정책 결정 방식과 성향을 살펴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 비용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정책행보를 볼 때 그는 복잡한 환경을 단순화한 후 신속히 정책을 결정하는 단순 인지 결정(Simplistic Cybernetic Decision) 방식으로 외교정책을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6년 전에도 군사적 위협을 빈번히 언급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겨온 전례가 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을 유효한 외교적 수단으로 신뢰하며 국익 수호를 위한 강압 외교와 물리력 행사에 심리적 장벽이 낮은 전형적인 강경파 성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트럼프의 단순 인지를 통한 외교정책 결정 방식과 강경파 성향을 종합했을 때 트럼프는 군사작전의 부수적 피해나 기회비용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국내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해 군사적 성과가 절실해진 시점에서 군사력 사용 비용을 저평가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교 결정 기제가 맞물리면서 백악관은 2026년 한 해에만 두 번의 ‘고위험-고수익’ 군사작전이라는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지게 된 것이다.

 

  향후 국제 정세와
  외교적 과제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정세를 다음과 같이 전망할 수 있다. 첫째, 이란과의 군사 분쟁이 한 달 내 조기 종식될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의 실질적 반등을 꾀하기 위해선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를 뛰어넘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새 협상을 타결함과 동시에 이란산 원유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까지 손에 넣어야만 한다. 따라서 확실한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습을 멈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란 내 지상군 투입은 여론의 반발이 극심해 공중전과 정밀 타격 중심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란과의 군사적 대치가 두 달 이상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가해지는 타격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번 공습 국면이 두 달을 넘기기에는 백악관의 정치·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중간선거 전 추가적인 군사작전 가능성이다. 지지율 반등이 미미할 경우 미국은 또 다른 표적을 찾을 것이다. 현재 유력한 대상은 쿠바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다음 표적이 될 확률이 낮다. 핵 보유국인 북한과의 충돌은 부담이 너무 크고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이라는 핵심 안보·경제 파트너의 안보 위기는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어 트럼프로서도 부담스럽다.

  미국의 행보는 철저히 미국 내 정치적 필요와 지도자의 성향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손쉬운 국면 전환용 대상으로 오판하지 않도록 한미 공조를 긴밀히 하고 정교한 외교적 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 행동이 단순히 국제구조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적 생존 투쟁의 산물임을 직시하는 냉철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