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멈추지 않는 열돔

전세계 폭염과 기후위기, 국가적 대응과 개인적 실천 필요해

2026-08-31     박민규 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극심한 폭염이 인류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고온 현상이 연일 이어지며 막대한 인명 피해와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유럽을 강타한 열돔 현상의 과학적 원인과 파급 효과를 살펴보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개인적 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스크린 너머의 현실
  전례 없는 폭염이 덮친 유럽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주인공 황동만 (구교환 역)은 20년째 영화 감독 데뷔를 꿈꾸는 인물이다. 그가 작업하고 있는 시나리오의 제목은 ‘날씨를 만들어드립니다’다. 이 작품은 먼 미래 날씨가 사라진 세상에서 주인공이 세상이 망하지 않도록 날씨를 만들어낸다는 재기발랄한 시놉시스를 갖고 있다. 황동만의 영화 속과는 달리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언급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인간은 평온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날씨를 만들어낼 수 없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상승하고 있는 기온과 지구 시스템 속 여러 요소의 변화들이 극한의 날씨가 더욱 자주 발생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단적인 예가 바로 폭염이다.


  폭염과 맞물려 가장 자주 사용되는 수식어 중 하나는 ‘전례 없는’이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유럽 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서 전례 없는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기록됐고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사회·경제적으로도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6월 28일에 41.7°C를 기록하며 역대 기온 관측값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독일 내 수백여 개의 기상 관측소에서도 자체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에서도 6월 24일 파리의 최고기온이 40.9°C에 도달하고 남부 지방에서 44.3°C까지 관측되는 등 6월 최고기온의 기록을 새로 썼다. 영국의 경우에는 8월 13일 38.1°C로 올해 최고 기온을기록했는데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최고기온이 35°C를 넘는 날을 기록한 건 관측 이래 최초의 일이다. 이외에도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여름철 폭염 관련 지수들의 기록을 경신했다.

 

폭염에

 

  대기 중에 갇힌
  뜨거운 뚜껑

  이처럼 유럽이 최근에 기록적인 폭염을 경험한 기상학적 이유에는 ‘열돔 현상(Heat dome)’이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 NOAA에 따르면 열돔 현상이란 고기압 날씨 시스템이 한 지역에 수일 간 정체하면서 지표 근처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현상을 일컫는다. 극한 고온 현상과 이에 동반되는 가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는 관점에서 대기 중에 있는 가상의 돔 속에 열기가 갇힌 것으로 언론을 통해 도식화되어 널리 퍼지게 됐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수치로 정의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열돔 현상이 과학적으로 정립됐는가에 대해서는 기상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열돔 현상은 일반적으로 대기 상층에서 빠르고 좁게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인 제트기류 (Jet stream)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사행하면 상대적으로 기류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고기압성 순환을 형성하게 된다. 해당 고기압성 순환은 그 모양새가 그리스 문자 오메가 (Ω)와 비슷하다고 하여 ‘오메가 블로킹(Omega block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류권 상층에 오메가 블로킹이 형성되면 지표면과의 기압 차에 의해 하강 기류가 발생하여 기온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학술 용어로 ‘단열 승온’) 구름 생성을 억제해 지표로 더 많은 태양광을 유입시키면서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러한 상층의 고기압이 며칠 간 해당 지역에 머무는 경우, 고온건조한 환경을 조성하기 수월해지고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열돔현상

 

  인명피해부터 전력난
  열돔이 삼킨 사회경제

  기후변화로 인하여 열돔 현상은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기후 재
난 중 하나가 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열돔 현상 및 이와 함께
발생하는 폭염과 가뭄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영향은 단연 인명 피해다. 앞서 언급한 6월
하순의 유럽 폭염의 경우, 유럽 각국의 통계치를 취합했을 때 평년
대비 1만 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수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대부분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
로 추정된다. 지난 7월 31일에 발간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보고에 따르면 열 스트레스가 날씨와 관
련된 재해로 사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호흡
기·심혈관 질환 △당뇨 △천식 △신장 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악화
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온열질환자 통계의 경우, 대
략적으로 매년 48만 9,000 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며 그 중
45%가 아시아, 36%가 유럽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인명 피해 외에도 극한의 고온건조 환경은 공동체 전반에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힌다. 예컨대 폭염으로 인한 생산 활동 시간의 단축은 노동 능력 저하와 노동 생산성의 손실을 초래한다. 교통 시스템의 경우 도로파임 현상이 증가하거나 철도 레일이 늘어나 교통혼잡이 증가하기도 한다. 에너지 수급 관점에선 열돔 현상이 발생한 단기간에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난을 발생시키고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제한해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게 만든다. 이번 유럽 폭염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강물 수온 상승으로 원전 설비용량의 상당 부분이 가동되지 못했고 헝가리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냉각수 확보가 어려워 원전 발전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여러 국가에서 전력 시스템 유지에 난항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농업과 축산업은 열돔 현상과 같이 극단적인 기상 조건에 취약한 분야 중 하나로 지난 6월 폭염 발생 이후 유럽 농민협회에서는 유럽연합 및 영국의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900만 톤 가량 (피해액 약 3조 4천억원) 하향 조정했다. 또한 2021년 6월에 태평양 북서부 지역을 강타했던 폭염의 경우,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에서는 여름철 폭염 피해로 인해 △봄밀 △보리 △카놀라 같은 주요 곡물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했고 최소 65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극심했던 단 일주일 폭염 동안에 폐사했다.

 

6월

 

  유럽의 불볕더위
  한반도에도 번질까?

  지난 6월 폭염이 유럽에 위와 같은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힌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보다 덜 더운 6월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6년 6월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22.2°C로 역대 7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2025년의 22.9°C △2024년의 22.7°C △2022년의 22.4°C 등과 비교했을 때는 낮았고 그로 인해 체감상 상대적으로 선선한 여름을 겪은 것처럼 인식됐다. 계속 상승세를 보이던 6월 평균기온의 장기 추세와 달리 올해 6월의 온도 상승이 한풀 꺾인 이유는 하순에 시베리아 북쪽 부근의 고기압과 한반도 북쪽의 기압골을 따라 한랭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상시에도 유럽이 고온현상을 겪을 때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선선한 날씨가 나타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올해가 우연의 일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제트기류를 따라서 고기압성 순환과 저기압성 순환이 반복되는 로스비 파를 통해 유럽과 동아시아의 특정 지역들의 온도 편차를 설명할 수 있지만 이는 몇몇 사례에만 적용된다. 기후 데이터 상으로 두 지역 간의 여름철 지표면 온도 상관 관계는 희박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를 뒷받침하듯 올해 7월과 8월에는 유럽과 우리나라 모두 나란히 극심한 폭염의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의 여름철 풍경에도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작년에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2015~2024년) 우리나라 평균 폭염일수는 15.6일을 기록했고 2018년 여름에는 31일, 2025년 여름에도 28.1일에 달했다. 이와 같은 폭염의 심화는 온열질환자 수의 급증으로 직결되어 질병관리청 통계에 의하면 폭염일수가 가장 길었던 2018년에는 4,526명, 두 번째로 길었던 2025년에는 4,460명의 온열질환자 수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올해부터 폭염 특보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 (일최고체감온도 38°C 혹은 일최고기온 39°C 이상)와 야간 무더위에 대비한 ‘열대야주의보’ (일최저기온 25°C 이상)를 신설하고 국민들이 폭염의 위험성을 인식해 사전 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모두의 행동이
  필요한 순간

  기후위기 시대 속 인류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위험기상인 폭염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선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쳐 정부 기관의 빈틈 없는 대비책 마련과 더욱 정확한 폭염 예보 발령도 중요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도 폭염특보가 내려진 동안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며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속 주인공 황동만의 영화 시나리오에선 날씨를 만들어내는 한 명의 슈퍼 히어로 같은 인간이 세상에 활기를 가져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날씨를 만들어낸다는 건 정말로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대신 극한의 날씨들이 더 자주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비책에 동참해야 비로소 영화가 아닌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