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가 추천하는 <영화>

2026-09-14     류수아 기자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이에 덕기자가 책, 공연, 전시회 등을 소개해 학우들에게 한 줄기 여유를 선물하고자 한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상처
  영화는 해류가 사고로 강에 빠지며 시작한다. 가라앉는 해류를 아가미와 비늘을 가진 남자가 구해주곤 사라진다. 시간이 흐른 뒤 해류는 인터넷에 자신을 구해줬던 인어 남자를 찾는 글을 올린다. 인어 남자를 알고 있다는 사람을 찾게 된 해류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강하를 찾아간다.

  강하의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됐다. 인어 남자의 이름은 곤으로 아버지가 아내와 어린아들을 태운 채 호수로 차를 몰았던 사건에서 혼자 살아남은 아이다. 인근에 살고 있던 노인은 사고 이후 호수에 떠오른 곤을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고 손자 강하와 함께 곤을 거두어 키우게 된다. 노인과 강하는 아가미와 비늘을 가진 곤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 위험할 것이라 생각해 곤을 외부와 철저히 단절시킨 채 살아간다. 강하는 곤을 물고기라 부르며 괴롭히면서도 그의 정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곤을 감싼다.
  그러던 어느 날 강하의 어머니인 이녕이 집에 돌아온다. 가수가 되기 위해 어린 강하를 두고 떠났던 이녕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약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곤은 약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이녕의 약을 모두 버린다. 약을 찾지 못해 불안해진 이녕과 곤이 실랑이를 벌이던 중 곤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녕을 밀쳐낸다. 밀려난 이녕은 뒤에 있던 고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강하는 이 사건으로 곤의 정체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곤을 떠나게 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노인을 돌보며 살아간다. 해류가 그런 강하의 곁에 머무르며 지난 이야기를 듣던 중 그들이 머물던 지역에 큰 비가 내린다. 강하는 빗속에 갇혔을 노인을 구하러 갔다가 노인과 함께 실종된다. 해류는 두 사람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대신 곤을 찾아가 강하에게 들었던 이야길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곤은 자신의 이름이 강하가 애정을 담아 지어준 이름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늘 거칠게 굴던 강하의 속내와자신을 향한 애정을 깨닫는다. 영화는 곤이 강하를 찾아 바닷속을 떠도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래도 살아줬으면 하니까.”
  아가미는 곤이 죽음까지 내몰렸을 때 생긴 상처인 동시에 물에 빠졌던 곤을 살아 있게 한 흔적이기도 하다. 삶이 벼랑 끝에 내몰려도 결국 살아낸 모든 순간이, 우리가 가진 상처가 도리어 숨막히는 삶 속에서 우리를 숨쉬게 하는 아가미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상처가 나더라도 끊임없이 삶이라는 물살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을 그린 영화 <아가미>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