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리듬을 불어넣는 작곡가를 만나다
현대인에게 음악은 하나의 문화예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찾기도 하고 오늘을 견뎌낼 위로를 얻기도 한다. 매력적인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구성철 작곡가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작곡가로 활동하게 된 과정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PAPRIKA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구성철입니다. 현재는 S2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특히 ‘스티비 원더’나 ‘자미로콰이’ 같은 R&B 장르 가수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어요. 이후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취미 삼아 작곡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걸그룹 ‘CLC’의 음반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 작곡가로 데뷔하게 됐어요. 그렇게 계속 작곡 활동을 이어가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취직을 준비하게 됐어요. 어림잡아 100군데 가까이 지원서를 넣었는데 그중 딱 두 곳에서 면접 볼 기회를 얻었어요.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였어요. YG에서는 결국 떨어졌지만 다행히 SM에 합격해 SM의 A&R로 일하게 됐어요. ‘동방신기’와 ‘샤이니’, ‘슈퍼엠’을 주로 맡아서 작업했어요. 작곡가는 주로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외로운 직업인데 A&R은 그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그러다 당시 SM에서 담당하던 팀이 정체기를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일이 줄었고 저도 새로운 길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제가 아까 YG에서 떨어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당시 YG에 합격하신 분이 지금 제가 소속된 회사의 본부장이에요. 재밌는 인연이죠? 그때 인연을 계기로 지금의 회사를 소개받았고 이후 계약하게 됐어요.
Q. 한 곡의 음악이 완성되기까지 작곡가님께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노래마다 정말 다른 것 같아요. 가사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멜로디나 트랙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작업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돼요. 이 과정에서 어디에 참여하냐에 따라 과정이 완전히 달라져요. 저의 경우엔 작사만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모든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로 가사를 먼저 작업하고 있어요. 한국어에는 성조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어에도 높낮이와 리듬이 있어요. 이걸 쉽게 풀어서 말하면 말맛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어 단어나 문장이 가지고 있는 리듬이나 음정에서 멜로디를 찾고 이것을 흥얼거리다가 코드와 편곡을 입히다 보면 어느새 곡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Q. 음악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곡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곡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면서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는 부분에 포인트가 되는 단어를 배치하고 있어요. 가사를 먼저 쓰고 작업하는 것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예요. 이런 작업 방식이 가사와 멜로디의 일체감을 더 높이기도 하죠. 그리고 지금처럼 최대한 재밌는 한국어 가사를 쓰고자 해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한국어 가사가 가진 말맛을 좋아하거든요.
Q. 작곡가님께선 협업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작곡가님이 생각하시기에 공동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공동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 하면 ‘모든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아요. 흔히 그런 사람을 제너럴리스트라고 하죠. 공동작업을 할 땐 협업하는 상대가 무엇에 특화돼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 약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내가 여러 부분을 잘 해낼 수 있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협업을 진행할 때 서로의 비교우위에 따라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채우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AI가 많은 걸 대체하면서 공동작업이 줄어들고 있기도 해요. 과거에 신입 작곡가에게 맡기거나 협업을 통해 진행했던 것들 중 AI가 대체할 수 있게 된 범위가 늘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 신입 작곡가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Q.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하고 계신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정말 R&B 음악만 들었어요. 그만큼 한 가지 장르만 계속 듣는 사람이었는데 점점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엔 J-POP 장르의 음악을 작업하면서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원동력이라 한다면 거창한 말보단 ‘일단 시작하기’ 같아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당장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열의가 살아있을 때 시작해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어 공부도 마찬가지잖아요. 문법을 완벽하게 배운 뒤 말을 시작한다고 하면 너무 오래 걸려요. 조금 서툴더라도 우선 말을 시작해야 실력이 느는 것처럼 새로운 장르를 배우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우선 시작해야 해요.
Q. 최근 △NCT WISH △LONGSHOT △Hearts2Hearts 등 여러 K-POP 아티스트의 작업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작곡가로서 K-POP 장르를 작업할 때 느끼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K-POP의 매력이라고 하면 시장이 크기 때문에 한 가지 음악에 여러 가지 장르를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만큼 자유도가 높은거죠. 또 K-POP같이 산업 규모가 큰 음악의 특성 중 하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힘이 있다는 거예요. 기억에 남으려 한다는 건 인간의 오래된 욕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아시나요? 벽화를 보면 당시 사람들이 사냥한 소나 말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저는 그 그림들에도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이 투영돼 있다고 생각해요.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표현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K-POP은 그런 면이 더욱 특화해 있다고 느껴져요. K-POP의 또 한 가지 매력은 유독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단 점이에요. 인터넷만 검색해도 많은 사람들이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작곡가는 단절된 상태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소중해요. 그런 면에서 K-POP 장르를 작업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Q. 음악을 만들면서 예상과 다르게 작업이 잘 풀리지 않거나 어려움을 겪는 순간에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저는 일단 넘어가려고 해요. SNS에서 기억에 남는 글을 읽은 적 있는데 완성은 없고 타협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타협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타협하고 넘어갔을 때 그다음을 더 잘 해낼 수 있기도 하거든요. 당장에 지금보다 더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도 타협점을 찾아 다음으로 넘어가는 힘이 필요해요. 다음이 있어야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넘겼을 때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야 해요.
Q. 작곡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솔직히 취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작곡가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분명 아니거든요. 불안정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작곡가는 직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상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작곡을 계속하되 고정된 직업을 하나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음악을 멀리하지 않을 수 있는 직업이었으면 해요.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작곡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해요. 또 작곡에서 자신의 강점이 뭔지 잘 알아야 해요. 부족한 부분은 협업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지 AI를 활용해야 할지 이런 부분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하죠.
Q. 마지막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언을 드려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답변을 하자면, 운이 좋아야 해요. 그리고 운이 좋기 위해서는 타석에 많이 서 봐야 해요. 요즘은 SNS가 많이 활성화돼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올릴 수 있고 누구에게나 쉽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잖아요. 저는 예전에 CD를 구워서 직접 데모를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훨씬 쉽게 관심 분야 현직자에게 연락할 수 있어요. 저도 내향적인 편이라 이런 걸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연락해 제 곡을 보내고 있어요. 조금 더 일찍 이런 태도를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요. 잘나가는 사람들은 대개 친절한 경우가 많아서 많이 겁내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무시당할 수 있지만 그럼 다시 또 보내면 돼요. 당장은 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 철면피일 필요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계속 도전했으면 해요. 여러 욕망을 조금씩 덜어내더라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