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말하다

패션, 순수성을 추구하다?

2006-09-02     조영희 (서울대 대학원 서양화과


  일상적으로 가장 흔하게 그리고 많이 접하는 사진 중의 하나는 바로 ‘패션사진’일 것이다.미용실에 앉아서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마리끌레르(Marie claire), 엘르(Elle) 등의 패션잡지들의 패션사진들을 보면서 긴 시간들을 보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사진은 상업적 이윤창출을 그 첫 번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패션사진의 미술관 입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의 한미사진미술관의 <상업사진 변천사>(2005년), 대림미술관의 <패션사진 B_b컷으로 보다>(2004년) 전 등과 같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에 따르는 패션사진전이 열려왔다.
 이런 면에서 대림미술관의 <Theatre of Fashion : 프랑스 현대 패션사진>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패션’에 포커스가 맞추어졌기보다는 이미지 위주의 비주얼이 강한 사진들이 중심으로 전시되었다. 특히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 라리비에르의 ‘신기루 - 씨티즌 K를 위한 패션’과 패션 무대를 원경에서 촬영한 프랭크 페랭의 ‘데파일레 028 (Defile 028)’은 ‘패션’보다는 강한 시각적인 효과와 아이디어가 우선시된 사진들이다. 패션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강한 시각적인 효과의 이미지들 로, 전시된 각각의 사진들은 시각적인 화려함과 아이디어로 보는 재미와 흥미가 있다.
  한편, 패션잡지의 작은 지면을 통해서만 보았던 패션사진을 전지 이상의 커다란 크기의 사진으로, 흰색의 전시장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각각의 브랜드 옷들의 상업성을 목적으로 제작된 사진인지 예술사진인지 애매해지기까지 한다. 또한 패선사진의 미술관 입성은 ‘패션잡지’가 아니라 ‘미술관’에 전시되었다는 것 자체로 상업성을 위한 패션사진 이상의 아우라를 가지게 된다.
  대림미술관은 이 전시를 통해 “패션사진을 재조명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각 매체 속에서 패션사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의 가능성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단지 비주얼이 강한 사진들의 산만한 나열들을 통해서 ‘패션사진의 새로운 담론’이 형성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패션사진이라는 것은 유행인 패션과 떼어낼 수 없는 것으로, 패션사진의 목적은 사진 자체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의 목적 자체가 다른 패션사진이 갤러리에 전시되어 그것의 새로운 담론을 찾는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