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다부제의 평화

<미, 유, 뎀 Eu, Tu, Eles (Me, You, Them)>

2006-09-16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내가 배워야할 모든 것을 영화에서 배웠다고 감사하지만, 편견도 그만큼 많이 쌓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남미 여성은 다 생활력 강하고 섹시할거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안드류챠 와딩톤의 2000년 작 <미, 유, 뎀>이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든 노동을 마치고, 석양 무렵이 되어서야 트럭에 실려 집으로 돌아오는 브라질 원주민 여성 리마(레지나 카세). 홀어머니를 부양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리마가 짐을 싼다. “아기를 낳으면 축복해주세요” “딸만 낳지 말아라” “언젠가 어머니 곁으로 돌아 올게요” 농장주의 아이를 임신한 리마는 새벽에 몰래 집을 나선다. 3년 후, 어린 아들을 안고 돌아온 리마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고, 이웃의 중년 사내 오시아스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게으른 구두쇠 오시아스는 빈둥거리며 리마를 부려먹고, 리마는 고달픈 삶으로부터의 도주를 꿈꾼다. 돌연 리마에게 애인을 두 명 안긴다. 가난한 오시아스의 사촌과 젊고 잘 생긴 떠돌이 일꾼. 이들로부터 각각 아이를 얻은 리마가 주도권을 쥐고 세 남자와 한 집에서 투닥거리며 살아간다. 사탕수수 농장이 있는 브라질 농촌에 가면, 리마와 같은 여성을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이 더 많겠지만, 낙천적 국민성을 가졌다는 남미에선 이런 현실도 가능하지 않을까. <미, 유, 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미, 유, 뎀>은 일처다부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유머러스하게 선전한다. “첫 번째 남편은 집을, 두 번째 남자는 웃음과 안락을, 세 번째 남자는 욕망을 선물한다. 한 남자에게서 이 미덕을 다 찾기는 불가능하다. 완벽한 결혼을 위한 앙상블”, 영화에 대한 가장 정확한 카피이며, 세상 모든 여성의 바람을 대변하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