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잘 노는 사람들입니다

사이좋은 그들 - ‘술 담배를 못하는 사람들’ 클럽

2007-03-17     김윤지 기자
 

 

 


사회생활, 모임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술, 담배를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안식처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술과 담배가 없는 깨끗한 모임을 만들고자 모인 그들. 이름하여 ‘술못사(술 담배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클럽을 처음 개설한 맹민우씨는 술과 담배를 못하는 남성이다. 사회에 나와 보니 술과 담배가 없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그를 힘들게 했다. 생각 끝에 그는 자기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맹씨와 같은 이들이 조금씩 모여 지금은 클럽 회원수가 9,633명이나 된다.

현재 클럽장을 맡고 있는 전지선씨도 사회에 나와서 술과 담배를 전혀 못해 구석에서 안주를 먹으며 눈치 보이는 술자리를 가졌었다. 그러다 이 클럽을 알게 되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반가운 마음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전씨는 클럽구성원에 대한 정의를 “우리는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에요. 술과 담배라는 도구(?)가 없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노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내렸다. 이들은 일정한 날짜에 만나는 정모 외에도 공연관람, 맛집탐방, 레저스포츠 등의 번개로 활동을 다채롭게 두텁게 해나가고 있다.

술자리에서 소외감을 느껴 본 경험이 한번 씩은 있는 그들에게 대학생들의 술자리 문화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씁쓸해 보인다. “취중진담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괴롭게 만들기도 해요. 진솔한 대화가 꼭 술에 젖어 나와야 한다는 게 참…”이라며 술을 권하기를 넘어서 강요하는 우리사회의 술 문화를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앞으로 ‘술못사’의 활동이 술자리 문화를 부드럽게 만들기를 바란다.

“술은 마시라고 있는 것이지만 즐길 수 있을 만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술은 즐기는 것이지, 취하자고 마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술자리가 술을 못 마셔도 즐거운 시간이 될 때, ‘술못사’인들은 뿌듯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전씨를 보며 사람들의 만남이 그 자체로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