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잊지 말아야 할 것

2008-03-17     양가을 기자
 

 

당연함은 있던 자리마저 익숙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당연함은 너무 '당연'한 나머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들을 쉽게 잊혀지게 한다. 한 줌의 재로 사라진 남대문이 그러하였고, 앞으로 '당연한' 문화유산은 언제 어디서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른다.

한반도는 강을 따라 역사와 문화가 형성되었다. 강은 과거 주요 교통로였고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리고 그 강줄기를 따라 성곽과 진지, 사찰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오롯이 숨 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을 훼손한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훼손시키는 일이다. 오랜 세월 우리네와 함께 흘러온 강의 역사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전 세대가 지켜야 하는 숭고한 역사이다.

새 정부의 대운하사업은 이러한 점에서 제 2의 남대문을 자처하고 있다. 새 정부는 대운하사업을 우리나라의 경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히든카드쯤으로 여기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히든카드이길래 불도저식으로 밀고 나가는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 5대강 유역의 문화재 분포 조사는 미흡한 실태이다. 과거 청계천 발굴 당시 각종 문화재가 쏟아졌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콘크리트 속에 무참히 묻혀갔다. 환경단체들은 실제 한반도운하 2100km에는 수천, 수만의 문화유적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남대문이 불타고 난 뒤 많은 시민들이 보여준 문화재 애호심은 가슴을 뜨겁게 했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남대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남대문 손실이 시민들에게 문화유산을 더욱 아끼는 마음을 갖는 계기를 가져다주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잃은 것은 남대문만이 아니다. 난개발로 가슴앓이 하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