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날, 양심없는 날

2008-09-27     박연경

 

지난 22일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수도권 3개 시·도와 함께 대중교통 이용을 촉구하는 수도권 지역 ‘차 없는 날’ 행사를 추진했다. 이날 서울에서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지하철 및 버스의 이용요금을 일체 받지 않았다.


‘차 없는 날’ 행사의 효과였는지 이날 출근시간대 서울시내 승용차 통행량은 평소보다 16.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의 통행이 통제되었던 종로 도로변의 미세먼지는 평일에 비해 9%, 이산화질소는 8%, 일산화탄소는 20%가 감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전히 남아있는 허점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부터 늘어난 교통량 때문에 ‘차 없는 날’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차 없는 날’이라 차량이 적을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차를 가지고 나온 사람들 때문이었다. 이날 시?교육청 등 공공기관의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었지만, 인근 주차장 및 골목길에는 공무원들의 차량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또한 서울시내 일부 도로에서는 차량이 통제된 곳을 우회하는 차량들로 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차 없는 날’을 악용해 더욱 늘어난 차들, 공공기관 주차장을 벗어나 골목길을 점거해버린 공무원의 차량들. 세계 ‘차 없는 날’을 보내면서 기자는 이 모든 것들이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러한 사소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