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의 늪

2008-11-12     김민지 기자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2주에 한 번씩 마감이 찾아온다. 신문사 내부에서는 이를 ‘귀신같은 마감’이라 부른다. 격주 발행되는 신문이다 보니 이제는 버릇처럼 기획회의나 마감에도 참여하고, 기사작성이야 쉽사리 할만도 한데 신문사의 특성상 그게 말처럼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다.


청탁했던 원고가 늦게 들어오거나 엉망으로 들어오는 것은 예삿일이오, 심지어 조판 전날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카메라로 찍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사진이 귀신같이 사라지지를 않나. 심지어는 저장키 한번 안 누르는 바람에 완성원고가 고스란히 초판원고로 남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들을 제치고 기자들을 ‘마감의 늪’으로 부르는 가장 큰 재앙은 바로 기자의 ‘게으름’이다.


내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청탁이, 오늘은 끝내리라 생각했던 기사가, 오후엔 받으리라 생각했던 전화 한 통이 마감까지 우리와 함께 간다. 물론 매주 신문 발행 날 함께 모여 평가회의를 할 때마다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또 다시 남는 것은 몸에서 느껴지는 뻑적지근한 마감 증후군과 등 뒤에 붙어버린 게으름이다. 이렇게 마감 주 새벽에 기사를 쓰며 ‘다시는 이러지 말자’ 스스로를 다그쳐도 2주 후 같은 자리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몇몇 기자들의 모습에 자신을 향하는 비소(非笑)가 느껴진다.


이제 네 번째 신문, 앞으로 신문사엔 세 번의 신문이 남아있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누구보다 정확하게, 누구보다 게으르지 않게 남은 세 번의 고비를 잘 지나갈 수 있기를. 스스로에 대한 비판이지만 반성의 의미로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