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2009-03-02     박연경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재미있는 동화이다. 하지만 비단 어린 아이들의 재미만을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임금님은 이발사에게 자신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는 사실을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는 것을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이발사의 마음은 오죽 답답했겠는가?


  요즘 이 사회에는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이발사들이 너무도 많다. 윗사람의 부정을 알고도 말하지 못하고, 권력자의 잘못을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그런 이발사들이 가득한 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최근 한 대학 총장이 여 제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대학과 총장 측은 해명을 하기에 바쁘지만 정작 말을 해야 하는 이발사는 입을 다물고 있다. 흘러가는 이야기에 따르면 총장은 이발사의 활동분야에서 저명한 인사라고 하더라. 참으로 씁쓸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할 말은 하는’ 이발사가 총장에게 냉철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해당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이 이발사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당당하고 조금은 당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자세로 맹비난을 가했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이발사들은 속으로나마 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으리라.


  이번 일과 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함께 떠올리며, 문득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 싹들이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이발사로 자라날까 두려워 졌다. ‘할 말은 하는’ 이발사의 마지막 말처럼, 당당하고 당돌하게! 시쳇말로 쏘 쿨(so cool)한 이발사가 되자, 20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