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상식 : 피어싱

피어싱

2003-10-14     김하영 객원기자

 

피어싱(piercing)은 ‘뚫는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신체의 다양한 부위를 뚫어 여기에 의료용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장식을 넣는 것인데, 처음에는 보통의 귀걸이처럼 가는 두께(약 1~2 mm)로 시작하여 점차 그 구멍을 넓히고 기호에 따라 개수도 늘려 가는 것이다. 기존의 귀걸이와 달리 일단 구멍이 크다는 것이고 단지 귀만 뚫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크기도 다양한 장신구를 사용한다.   
 피어싱은 가장 원시적이고 기본적인 장식 역사 중의 하나이다. 피어싱의 유래는 예전 의복문화가 발전하지 못했던 원시 부족국가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시대에는 신체장식 즉 바디 페인팅(문신) 및 피어싱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신체에 장식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이것을 통하여 성적 유혹이나 승리감의 표시, 상대방에 대한 공포심 조성, 종교적 의미를 표현하였다.
 이러한 신체 장식들은 의복의 발달과 함께 쇠퇴하였으나 80년대 말에 영국에서 패션의 하나로 부활되어 4-5년 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현대에 와서 피어싱은 제작하는 사람이나 착용하는 사람에게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 그 재료도 고가인 귀금속, 보석뿐만 아니라 반귀석, 유리, 플라스틱, 고무 등 일반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 피어싱의 두드러진 경향의 하나는, 기본적으로 장신구로서의 실용적 기능과 장식적 기능이 철저히 추구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부족들이 성인식에서 신체를 뚫음으로서 성인이 되었듯 오늘날의 젊은이들 역시 고통을 견디고 몸에 구멍을 뚫는다. 그 고통이란 근원적으로 자극적인 것이기 때문에 몸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식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겠다. 물론 피어싱은 기성세대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피어싱은  자신만의 개성을 가꾸는 것,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려는 그런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우리는 특히 여성들의 입장에서 피어싱의 본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행위들의 동기는 바로 ‘자기 자신의 인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서는 은밀하게 억압된 사회에서의 자유, 자기주장, 다르게 보이는 것, 무엇인가의 일부가 되는 것,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는 것 등이 이러한 행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김하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