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원정출산은 치졸한 기회주의 일 뿐이다.
2003-11-08 이은영
원정출산이 왜 이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미국과 캐나다와 같은 속지주의 국가에서는 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국적취득이 된다. 원정출산의 비용은 항공료, 숙박비, 의료비등을 모두 합해서 대략 60일 기준으로 2천∼3천만원이 든다. 상당한 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산모들은 미국국적을 취득하면 고등학교까지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학 대 학비나 생활비등을 대출 받기 쉬워 오히려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여긴다. 또 자녀가 자라 부모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민을 가면 영주권을 받기도 용이해 앞다투어 원정출산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내 아이는 좋은 교육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모두들 느끼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환경과 합리적인 교육방법을 택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국적을 선택한다는 자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원정출산을 위해 지출되는 돈은 우리나라에서 번 돈이다. 이것은 상당한 외화 낭비이며 국가라는 자신을 키워 준 부모를 배신하는 행위가 아닐까? 그리고 자칫 위화감 조성을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원정출산으로 나타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요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병역기피 의혹이다. 원정출산으로 이중국적을 취득한 뒤 만 18세가 되어 우리나라를 택하지 않으면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므로 병역의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는 속된 말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에 간다.’는 말이 된다. 최근에는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다녀온 산모들이 미 관계당국에 적발,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사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언론이 이것을 기사화 했고 우리나라는 큰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이처럼 망국적 원정출산이 극성을 부리며 사회적 위화감 조성과 국가체면에 큰 손상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책 수립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는 원정출산 의혹이 있는 임산부의 출국에 대한 강력한 심사가 있어야 하며, 원정출산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요즘 흔히들 개인주의가 필요한 사회라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나와 내 자식의 안위만을 위한 원정출산은 치졸한 기회주의 일 뿐이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