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냄비

2009-09-16     박연경 기자

 

  ‘냄비 근성 한국인’, ‘극단적 이기주의의 한국인’. 이런 표현을 썼다간 나도 온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될까 두려운 요즘이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일들로 보아도 한국인들은 ‘쓴소리’를 좀 들어야겠다.
한국인들은 과연 뜨거운 사람들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니, 순식간에 달아올랐다가도 순식간에 사그러드는 그런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일들도 ‘하루 이틀’이면 시들해져버리고 만다. 이것도 트렌드인가?
  지난 6일 새벽 임진강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도, 지난 4일 인기 아이돌 가수의 한국비하발언이 떠돌기 시작했을 때에도 대한민국은 끓어 넘치기 일보직전인 ‘뜨거운 냄비’였다. 게다가 임진강 사고와 인기 가수의 문제에 대해서는 또다시 몹쓸 ‘극단적인 민족적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모습까지 보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빨리 뜨거워진 냄비는 빨리 식는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는 임진강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지 오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불꽃처럼 달아올랐던 인기 가수의 문제는 4일 만에 해당 멤버의 그룹탈퇴로까지 몰고 갔다. 4일 내내 인기검색어의 50%이상을 차지하던 그도 며칠 뒤면 잊혀질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국 사람들 참 무서운 사람들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하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사람들이 하루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해 진다’며 한국인의 지칠 줄 모르는 냄비근성에 대해 비난을 가하고 있다.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빨리빨리 병’에 걸렸다더니 이젠 그 합병증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이기적인 냄비’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