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의 사각지대를 보다

2009-10-10     박연경 기자

일을 하던 도중 사고로 손가락이 하나 잘려 나갔다. 50여 일 동안의 입원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치료비로 500만 원이나 들었다. 치료비도 문제지만 오랜 입원기간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손해를 본 것도 걱정이다.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보상도 받고 그나마 부담을 덜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위 사례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 가장 위험한 작업장, 바로 ‘대한민국 농촌’의 모습이다.

국제 노동기구에 따르면 농업은 건설업이나 광산업 못지않게 산재 위험순위가 높다. 하지만 기업형 농장, 농산물 가공공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민들은 산재보험 가입자격이 없어 산재보험 가입은 꿈도 꾸기 힘들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농민들은 일을 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도 육체적 고통은 물론 그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까지 함께 떠안게 된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 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촌에서만큼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OECD국가 중 18개국에서는 농민들을 강제로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세대들이 농업에 종사하기를 기피해, 농민 인구의 평균 연령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농민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제한한다는 것은 농촌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인 안전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농업 산재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만이 이뤄지고 있다. 청년실업 극복대책, 공교육 살리기 등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 어떤 수많은 정책들보다도 ‘안정되고 안전한 농업사회’를 위한 제도의 개선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관심의 사각지대, 산재 보험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이중고를 덜어줄 수 있는 안정적인 국가적 제도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