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 당선작>이별

2010-11-22     김순미(국어국문 06)

오래된 습기로 가득 찬 당신이 부서져 내리던 새벽
당신이라는 증상이 엄습했고,
밤새 취해 알고 싶지 않은 동네의 모든 구석을 휘청거린 나

전날 내게 통보된
‘나의 어떠한 부력에도 저항하지 말 것’
이라는 당신의 메시지는
망각하기 쉬운 방식인 음주로 인해
여전히 과거 진행중

뜯겨진 한 움큼의 갈비뼈 중
당신은 몇 번째 갈비뼈였을까

아, 이 농담 같은 새벽

 

<시 우수 수상소감 -  부끄럽고도 감사합니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아직도 얼떨떨하다. 부끄러운 내 시와 이 글이 신문에 실린다는 것도 아직 믿기지는 않는다. 한 번도 몇날 며칠을 앓을만한 이별을 해 본적도 없고, 심지어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도 아니다. 애초에는 제목이 ‘상흔적 관념’이었는데 언제 지었는지 모를 이 어휘에 지나치게 방황하던 시절이 있어, 제목을 십여 분만에 바꿔 제출하였다. 이런 식으로 내가 체득되지 않은 언어로 겉멋을 부리고 말고를 반복한 시가 우수작품으로 뽑혔다기에 허허 웃기만 했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감사하고, 상금은 많은 불우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줄 나를 위하여 오롯이 사용할 예정이다. 오늘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이 기회를, 언젠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날이 온다면, 그 때 글의 서두에 놓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이름을 넣어달라고 했던 신효선, 고맙고, 내가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줄 최기사 역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