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학술문예상 시.시조 심사평> 심사를 마치고

2010-11-22     이명찬(국어국문) 교수
 시(詩)란 말씀의 절집이다. 절집이라는 말이 불교의 그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사원쯤으로 표기해 두어도 무방하겠다. 현실에서는 종이 한 장 벨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지만 들어가 앉아 마음을 다스리거나 다시 마음에 상처를 내는 장소로는 이보다 더 윗길의 것이 없다는 뜻. 그런 점에서 이 사이버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시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헛된 기대였을까. 응모작의 편수와 응모작의 면면을 살피면서 잠시 우울해졌다. 모두 여섯 명의 참가자가 서너 편씩의 시를 보내온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잠깐,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종이 신문의 위기이지 시의 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자체 판단을 밀고 나가기로 한 것이다.
 가작으로 뽑은 시 <낯섦의 미학>은 마지막 연 때문에 간신히 시가 되고 있다. 대신 분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낯섦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에는 형식이나 표현에 있어서도 충분히 낯선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 우수작으로 선(選)한 <이별>은 상투적인 소재와 제목을 처리하는 몇 가지 말솜씨의 ‘비교적’새로움 때문이다. 어쨌거나 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 보지 못한 말을 해 보려는 하나의 낯익은 방식이다. 정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