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으로 직행

2011-03-16     이경라 기자
 지난 2일 개강호가 배포됐다. 이제 고학년이라는 부담감과 세 명이라는 부족한 숫자로 열심히 만든 신문이었다. 그런데 신문이 참 안 나갔다. 예전에는 배포한 뒤 하루 이틀이 지나면 풀어놓은 신문이 다 나가 새로 끈을 풀고 비닐을 벗겨내곤 했다. 그 신문이 학우들에게 읽혀졌건 돗자리가 됐건 식탁보가 됐건 신문이 나간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또 뿌듯했다. 혹여나 신문을 풀어놓는 동안 신문을 들고 가는 학우가 있으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빌었다.
 개강호가 캠퍼스에 배포된 지 딱 열흘이 되던 날까지도 신문을 더 채워 넣어야 하는 곳은 여덟 군데 중 한 군데도 없었다. 풀어진 신문보다 비닐에 싸여 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신문이 몇 배는 많은 듯 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새 신문이 나올 텐데, 그럼 이 신문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어떤 용도로도 쓰이지 못하는 쓸모없는 종이 뭉치가 되어 트럭에 실릴 것이다. 더욱 슬픈 사실은 쓰레기통에 남은 신문들을 갖다 넣는 일을 신문을 만든 내 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밤을 새고, 컴퓨터 화면에 눈이 충혈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이름 석 자 적힌 신문이 나오면 절대로 읽는 용도 이외에는 신문을 사용하지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걸레로 이용하고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신문을 구겨 넣어도 기자들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아니 못한다. 신문지가 필요하면 다른 신문을 구해올지언정 차마 우리 신문, 내 신문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신문을 낑낑 들어다 날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을 한다. 대신 해줄 사람조차 없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차라리 아침 8시 반 정문과 후문에서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등교하는 학우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다 무시당했던 쪽이 훨씬 반갑겠다.
 신문 마감 때만 되면 논두렁과 밭두렁을 달리는 꿈을 꾼다. 일직선으로 달려가기엔 안정감이 없고 좁은 두렁을 말도 없이, 어떤 만남이나 사건도 없이 달린다. 덕성여대신문은 달리고 있다. 달리는 와중 흙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넘어지지 않도록 덕성여대신문의 비타민이고 영양제인 덕성 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