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시부문 응모작

희생 외 2편

2003-11-23     

 

 

언제나 바라보아지는 대륙의 끝

발목을 부여잡는 수억만 개의 알갱이들은

또 사랑하고 사랑하며

그 자신은 말라가며

                  

돌아온다고 믿고 돌아가리라 믿고

푹석 그늘에 가리우며

작은 진동을 감수한다.

 

여전히 온 대기를 감싸는 냉정한 슬픔

 

미어지는 아름다움에 짜디 짠 눈물은

영원한 반짝임으로 그 두 눈에 가 닿고

들리지 않는 소리는

오늘도 여전히 이리 오라 고함지른다.

 

그 리 움

 

그러나 돌아설 수 없다.

 

이미 돌이 되어버린 머리다.

이미 도려내진 가슴이다.

무거운 하늘만이 내가 느낄 전부라 해도

뜨지 않는 태양만이 내가 가질 전부라 해도

 

돌아설 수가 없다.

 

질끈 두 눈 감아버린 이 빈 껍데기는 

이미 바닥이 드러난 이 메마른 웅덩이는

 

기다리고만 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다.

 

 

선과 악

 

오너라,

두렵지 않다,

당장 사라진다 해도 아쉽지 않을 몸뚱아리다,

어차피 남을 내 영혼은

너의 머리에 너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흔적으로 다시

니 눈을 부시게 할 테니,

지는 태양은 다시 뜨기 위함이고

떨어지는 꽃은 다시 피기 위함이다

또한 잊지 마라,

얼어붙은 눈은 녹기 마련임을.

 

그러나,

추해야만 살아 남는 더러운 가식은 너의 운명.

차라리 보내는 동정의 눈물은 나의 운명.

서로를 원망할 수 밖에 없는 너와 나는

너와 나는, 숙명.

슬픈 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