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의 깃대를 쥔 언론

2012-03-20     이보영 기자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 국물녀 사건 등으로 인터넷 마녀사냥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이번에 발생한 채선당 임신부 폭행사건 역시 마녀사냥의 일종이었다. 한 여성이 불친절에 항의하자 종업원이 임신부인 자신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글은 네티즌의 분노를 사며 인터넷 기사에까지 언급돼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제시된 글과는 사뭇 다른 폐쇄 회로 화면이 공개되며 상황은 반전됐다. 경찰 조사 결과 임신부 측에서도 욕설 및 무례한 행동을 저질렀고 게시물에 쓰여있는 만큼 큰 폭행도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니 네티즌의 비난은 그들이 옹호했던 임신부로 향했고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문제는 이번 일로 인해 채선당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고 종업원, 임신부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을 통해 지적돼야 할 사항은 인터넷 마녀사냥만이 아니다. 사건의 정황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기사로 베껴내는 언론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문제로 드러났다. 언론이란 국민에게 진실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이기에 사람들은 단순한 소문, 게시글보다 기사를 통한 정보를 훨씬 신뢰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가지 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 사건의 사실관계 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인터넷에 오른 내용만을 급하게 기사로 작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기자들의 태도는 허위사실 유포, 인터넷 마녀사냥에 더욱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실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이 터졌으니 일단 쓰고 보자’는 태도의 기사들은 인터넷 마녀사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선동자이다. 허위보도란 완전히 조작된 기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총괄적인 사건의 개요는 조사하지 않은 채 한쪽의 입장을 사실화시켜 쓰는 기사 역시 허위보도의 일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채선당 임신부 폭행사건 기사 역시 허위보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위해서 의견을 사실인 양 휘갈기고 자신의 기사에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 이미 폐점한 채선당 천암점을 이제와서 감싸고, 가해자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피해자인 임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지금의 기사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