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 섞인 반성

2012-04-02     이수현 학술특집부 부장
  이번 학기 덕성여대신문이 몇 번 발행됐는지 아십니까? 덕성여대신문의 지면구성을 대충이라도 아십니까? 덕성여대신문을 알긴 아시나요?

  지난달, 개강호가 발행되자마자 덕성여대신문이 실종됐다. 정문을 시작으로 학생회관, 자연대, 도서관 신문 배포대의 놓인 신문을 누군가 한 팩씩 가져가기 시작했다. 정문 경비아저씨께 부탁을 드렸다. 범인이 나타나면 제지해달라고. 하지만 두 번째 호인 596호가 발행됐을 땐 더 가관이었다. 정문, 후문, 학생회관, 자연대, 도서관까지. 대강의동과 차미리사기념관을 제외한 모든 곳의 신문이 ‘통째로’, 한 부도 빠짐없이 사라졌다. 그것도 신문이 배포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서 말이다. 황당한 사건이다. 졸지에 신문 배포대는 일주일 넘게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독자들은 또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우려했다.
  하지만 덕성여대신문의 존재감은 내 생각처럼 그리 크지 않았다. 주변에 이 사건을 하소연해 봐도 대다수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육천이 넘는 학우들 중 ‘덕성여대신문 실종 사건’을 아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덕성여대신문을 잃어버린 아픔보다 덕성여대신문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현실이 더 아팠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질리도록 들은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로 표현되듯 덕성여대신문은 위기였다. 매 호 약 5천 부가 인쇄되어 캠퍼스 안에 배포되지만 그 중 상당수가 펼쳐지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이 같은 학우들의 외면 속에 학내 언론기구라는 입지 역시 잃어가고 있다. 사그라드는 입지 속에 기사의 파급력 또한 추락했다. 신문의 꽃, ‘보도 기사’들은 기자들의 형식적인 지적에 대한 취재원의 형식적인 답변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고 지적된 사항은 대부분 실제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 나 자신부터 반성한다. 어찌보면 나는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현실에 기대 스스로 기사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해 왔던 것은 아닐까, 또 반성한다.

  ‘독자가 읽는 기사’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읽을 만한 기사’를 ‘주’로 여길 줄 아는 기자가 되고 싶다. 육천 독자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내보이고 싶다. 오늘의 반성은 내일의 희망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자조섞인 반성’과 함께 덕성여대신문의 내일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