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권하는 사회

2012-10-08     이연지 기자

  2002년 토요타 직원 우치노 씨가 밤샘 근무 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시간 노동의 폐혜는 작년 1월에 투신자살한 삼성전자의 김주현 씨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관행이 직장인 개인에게는 ‘삶의 질’을,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 야근이 만연한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직원 기본급이 낮기 때문이다. 낮은 기본급으로 인해 야근이나 휴일근무 등 시간외 수당으로 급여를 보충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야근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이다. 2007년 한 대기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시 퇴근의 걸림돌로 ‘상사나 동료 눈치보기’가 3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고정관념’ ‘비능률적인 업무처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자칫 근무시간에 부지런히 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보다 근무시간에 설렁설렁 일하면서 늦게 퇴근하는 사람을 더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모순이 나타날 수 있다.


  다큐의 후반부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기업문화에 대해 비교분석한다. 아이팟에서 시작해 아이폰, 최근엔 애플TV까지. 새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성공을 거둔 애플과 경쟁관계인 삼성전자는 비밀리에 ‘애플 따라잡기 팀’을 조직했다. 이 팀의 소속이었던 삼성전자 직원은 인터뷰에서 “약 400명의 인원에 4,000억 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해 100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제대로 성공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애플의 엘리엇 전 부사장은 삼성의 장시간 근로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하드웨어 생산에는 효과적인 방법일지 모르나 창의성이 필요한 소프트웨어에는 취약하다”고 말한다.

  다큐는 새로운 발상과 사고가 불가능한 기존의 장시간 근로관행의 문제점을 절감하고 변화에 나선 국내외 일류기업들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된다. 한 예로 일본의 파나소닉전공은 ‘시고토(일) 다이어트’를 추진한 결과 3년간 183시간의 노동시간을 줄였다. 불필요한 일을 없애고, 관행적인 회의시간을 줄이고, 문서를 간소화하는 등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끈 것이다. 이 밖에 삼성과 포스코도 ‘워크 스마트’를 기치로 근무시간 줄이기에 나섰다. 개인의 삶의 질과 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사회의 비생산적인 야근문화는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