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작>청춘

2012-11-20     유재선(정치외교 4)

청춘

아프라고 말하는 베스트셀러를 팔아버리고
오천 육백 원을 받아 모카 라떼 위에 크림을 가득 올린다 스탬프를 찍는다
스트로우로 달그락대며 녹여버린 청춘이 달큰하다

커피는 하얗고 책은 빨갱하고 파랭하다
이 세대는 김수영을 읽지 않는다 맑스를 읽지 않는다
우리는 숭배하는 데이비드 조를 읽는다

참을성 없이 액정을 켠다 너였던 화면이 환하다
비록 너를 잃었지만 나약한 정신은 오래도록 살아남았다
밤새 홀로 부비어댄 배겟잎은 커피색 눈물로 얼룩진다
그때가 좋은 거야 끄덕이기에 우리의 청춘은 아직 물이 덜 빠졌나보다


<제38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작 수상소감>
  문학은 세태를 반영합니다. 순결하게 빛나는 청초한 시어들 대신 덤덤한 일상어가 푹 찌르기도 합니다. 그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실망스러워 종로에 위치한 한 중고서점에 팔았더니 이름 긴 커피 한잔 값이 나왔습니다. 사고하는 청춘이고 싶지만, 가장 빨리 닳는 책은 ‘빨갱이’ ‘파랭이’로 불리는 데이비드 조의 <해커스 토익 시리즈>입니다. 흐릿한 앞날과 말없는 너를 향해 용기를 내기엔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우리 일상과, 복잡다단하고 옹졸한 감정들이 연 사이를 넘나들며 얽히기를 바랐습니다. 
  시는 오롯이 있는 그대로, 덩어리째로 읽는 이의 마음에 닿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춘>은 그와 달리 행마다 자질구레한 해설이 필요한 글이 되어버리진 않았나 싶어 제출 전에 고민을 했던 시인데, 좋게 봐주셔서 쑥스럽고 감사합니다. 지면을 빌어 저를 아껴주셨던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졸업합니다. 깨어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생각은 풍성하게 하고 문장은 간결하게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열정이 인간성을 전복하는 사회, 카페인 권하는 사회에서 모두들 잠시 숨을 돌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