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과 생선

2013-09-16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추석 대목인데 생선이 잘 안 팔린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SNS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유증이라며 기형 동식물 사진들이 떠돌던 차에, 지난달에 후쿠시마에서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가 누설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수산물의 방사능오염을 우려하는 결과이다.


  확률이 낮더라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심대하므로 좁은 국토에 이미 23기(고리 6기, 월성 5기, 영광 6기, 울진 6기)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추가 건설도 있는 우리나라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함에 혼신의 정성을 쏟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관행이나 부정한 납품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다. 원전 안전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보는 전원상실 사건을 은폐했던 일이나 안전과 관련되는 부품의 성능시험을 날조한 사건은 줄곧 원자력 분야에서 일해 왔고 후진양성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를 실소하게 만들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국가안위를 좌우할 수 있는 원전 안전을 놓고 장난칠 수는 없다. 
      
  원전처럼 복잡하고 기술집약적인 시스템의 안전을 담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문화’이다. 안전문화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요점은 관련 개인이나 기관이 안전에 성의를 다하고 안전문제에 ‘솔직한 풍토’를 유지하는 것이다. 작금에 노출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의 원자력 안전문화를 의심케 만든다는 것이 그 심각함이다. 문화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개인의 권리가 강조되고 이해당사자 참여가 중요한 절차로 인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국가의 에너지 여건이 나쁘더라도 이해당사자인 국민이 안전을 믿지 못하는 원자력이 지속될 수는 없다. 원자력 안전을 좀먹는 일은 비록 사소해 보일지라도 소스라치듯 경계해야 한다. 원전 위험 앞에서는 모든 원자력 관계자가 겸허하게 마음을 백지처럼 비우고 거기에 ‘안전’을 각인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방사선공포증을 완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는 하루에 적어도 200베크렐(Bq, 방사능 단위), 많으면 1,000베크렐을 넘는 방사능을 섭취하고 있는데 어쩌다 3베크렐 정도를 더할 수 있다고 생선을 기피하는 것이 현명할까? 원전사고가 국가위기로 발전하는 과정에는 공포심으로 인한 사회적 과민반응이 핵심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노력도 필요하지만 수출이 막히는 원인은 외국인의 오해이므로 국제적 공동노력이 긴요하다. 유엔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또는 G20 차원에서 의제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