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학술문예상 시·시조 심사평>

2013-11-18     곽정연(독어독문)교수

  응모한 9명 34편의 시는 주위를 깊게 관찰하여 내면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정제된 언어로 마음을 표현했다.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느낀 미안함, 애틋함, 애절함, 그리움을 이야기했고, 버스와 지하철 안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학교와 도심의 풍경을 묘사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하게 만드는 소통능력, 사유의 참신성, 그리고 산문과 차별되는 언어의 운율성, 함축성, 회화성을 심사기준으로 삼았다.

  우수작으로 선정한 <개화의 변>은 모든 사람이 나름대로의 사명과 의미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진실을 참신하게 표현했다. 우리는 흔히 삶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규정당하고, 새로운 삶의 단계를 시작하는 시기를 재촉당한다. <개화의 변>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젊은이다운 기개를 세련되고 참신한 언어로 표현했다.

  가작으로 선정한 연작시(連作詩) <선릉역 그곳엔>은 필자가 아마도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본 도시풍경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고단한 대학생의 눈에 비친 향락적이고 부패한 도심 밤의 모습이 선명하게 전달됐다. 3년 뒤 같은 장소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응모한 작품들 중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두드러지게 드러낸 유일한 작품이어서 눈에 띄었지만 언어 표현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 외에도 비유가 뛰어난 <눈사슴> <씨앗 같은 인생>, 아침 출근길을 묘사한 <아침풍경> <오늘도 버스는>, 사람과의 관계를 인상 깊게 표현한 <식사> <독장미> <내 나이>가 마음에 남는다. 조금만 더 주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시어를 다듬는다면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쉼 없이 흐르고 있는 바쁜 일상에서 멈추어 사유하고 시를 쓰는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흐뭇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적어진 응모자 수를 보며 학생들이 점점 시심(詩心)을 키우며 글을 쓸 여유가 없어지는 듯해 아쉬움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