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학과 구조개혁 시험

2015-05-21     이원영 기자
  학과들은 어려운 5점짜리 문제를 맞닥뜨렸다. ①융합학과 ②융합형 소학부 ③일반 소학부 ④기존 학과제 유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이 4지 선다형 문제는 많은 학과들을 쩔쩔매게 했다.

  무엇이 옳은 답인지를 두고 교수와 학생 사이, 교수와 교수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4개의 선택지는 그 풀이방법에 따라 모두 그럴듯해 보인다. 문제가 상당히 어려워 기획처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기로 한 11일까지도 답을 확정하지 못한 학과도 있었다. 또한 답을 확정한 학과라 해도 앞으로 자신의 이름이 될 학과나 학부의 이름을 정하라는 주관식 문제에서 막히기도 했다. 학과 구조개혁을 열심히 공부했다던 교수들 사이에서도 답이 갈리다니 이번 시험은 정말 어려웠던 시험이 맞다.

  이 4지 선다형 문제는 정말 잘 골라야 했다. 한 번 답안지를 제출하면 답을 고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시험이 끝나고 자신이 써놓은 답안을 아무리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학과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지를 선택했을까? 애초에 기준이라는 것을 정해놓긴 했을까? 처음에 쓰려고 했던 답안을 한 순간에 바꾸는 학과들을 보며 학과들이 정말 옳은 답을 골랐는지 우려가 된다. ③번을 썼다가 ④번을 쓰고, ①번을 썼다가 ③번을 쓰는 등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어째 좀 불안해 보인다. 학과들이 정말 올바른 판단을 하고, 확신 있게 답안지를 작성했는지 궁금하다. 답안지 제출 후에도 틀린 답을 써냈다고 한숨 쉬는 몇몇 교수들을 보니 더욱 걱정된다.

  아무튼 시험시간은 종료됐다. 지난 주 학과 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써낸 답을 고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울 것 같다. 각 학과들이 옳은 답을 골랐길 바란다. 한편 답안지를 거둬들인 대학도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최종적으로 학과 구조개혁을 평가하는 교육부가 제대로 된 채점기준도 내놓지 않으니 말이다. 어떻게 채점할 것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어려운 문제만 던져놓고 가버린 교육부는 참 야박한 것 같다. 이번 학과 구조개혁이 교육부에 맘에 들면서도 우리대학에 장기적 발전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학과 학과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과들의 어려운 선택이 헛되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번 시험은 참으로 어려운 시험이었다. 시험 문제의 배점도 커서 대학들의 학점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은 과연 어떤 학점을 받을까? 학점 비율이 야박해져 좋은 점수는 기대하지 않는다. C학점? D학점? 열심히 머리를 굴렸는데 설마 D학점은 아니겠지? 학점이 그동안 공부한 만큼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