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회담, 신문을 부탁해!
“학우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기자로서의 사명감 생기더라”
2015-11-24 박소영 기자, 최한나 기자
한나 :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신문사에 들어와서 학업과 기자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 다들 어떤가.
혜원 : 기사 작성이나 취재 때문에 수업에 빠지는 등 학업에 지장이 가는 것이 힘들다. 이런 게 심해질수록 기사 쓰려고 대학에 다니는 건지 공부하려고 대학에 다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슬 : 공감된다. 기사 마감일이 다가오면 가끔은 불안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수업시간에 손으로 끄적끄적 기사를 쓰기도 한다. 수업을 들어도 정신은 다른 데 가 있으니까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회의감이 든다.
소영 : 그렇다고 마냥 학점을 포기할 수도 없다. 장학금이나 기숙사 기준학점도 신경써야 하고……. 성적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가은 : 그리고 학과 생활도 하기 힘들다. 친한 몇 명 빼고는 다른 동기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소영 : 나는 요새 학과 행사를 준비 중인데 신문사 일정과 겹치니까 눈치도 보이고 곤란할 때가 굉장히 많다.
유빈 : 친구들에게 자주 인터뷰를 부탁하다보니 친구들이 나를 피하기도 한다. 신문사 왜 하냐며 그냥 때려치우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다.
소영 : 그럼 다들 신문사 생활 중에서도 제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언제였나. 나는 지난호 신문을 만들 때 진짜 힘들었다. 엄청난 과제와, 팀플과, 기사와, 마감과, 감기가 함께 닥쳐와서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었는데 그래도 어떻게 끝내지더라.
한나 : 맞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해야 하는 일이 한꺼번에 올 때. 내 몸은 하나인데……, 그럴 때마다 진짜 도망치고 싶은 욕구를 삼킨다.
슬 : 기사 마감 꼴찌 했을 때, 편집일은 다가오는데 쓸 기사가 아직 산더미일 때, 그리고 동기가 나갔을 때.
혜원 : 나도 동기가 나갔을 때 제일 위기였다. 슬프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한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혜원 : 나 한 사람이 나가면 그 책임은 신문사에 남은 사람들의 몫이지 않나. 책임감 없이 나가기 싫다. 누군가가 그만두면 남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걸 느끼고 나니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쉽게 안 들더라.
소영 : 나는 뭔가 하나를 시작했을 때, ‘완전히 끝내는 것’과 ‘중간에 그만두는 것’의 차이가 큰 것 같다.
한나 : 신문사와는 정말 애증의 관계다. 나갈 수 없을 만큼 이미 미운정이 들어버렸고 이제는 신문사 생활이 내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또 솔직히 이제 와서 그만 둘 용기나 깡이 없다.
가은 : 힘들긴 하지만 신문사를 하면서 얻어가는 것이 정말 많다. 신문사 아니었으면 글쓰기도 늘지 않았을 거고, 말도 잘 못했을 것 같다. 또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던 교육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신문사 취재 덕분 아닌가.
소영 : 맞다. 취재를 핑계로 여행도 한 번쯤 가볼 수 있고, 인터뷰도 다닐 수 있고. 힘들지만 또 그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신문사의 매력이다. 또 다른 매력은 없을까.
가은 : 수습기자 시절에 취재를 갔을 때 사진 촬영 문제로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날 너무 속상해서 술 마시고 울기도 했다. 그런데 신문사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위로도 해주고 괜찮다며 내 편을 들어 줘서 ‘신문사가 정말 따뜻한 곳이구나’ 하고 감동받았다.
슬 : 학우들에게 감동받는 경우도 있다. 아침에 신문을 나눠줄 때 자상하게 신문을 받아주는 학우들에게 매순간 감동을 받는다. “잘보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유빈 : 아 맞다! 저번에 한 독자가 자모퀴즈와 함께 보내온 편지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한나 : 메일로도 감사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편집장이 되고 첫 신문을 만들었을 때 그 신문을 읽고 “그저 오늘 신문이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됐다”며 보내온 독자의 메일에 엄청 감동받았다. 이런 걸 볼수록 우리의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긴다.
소영 : 그럼 대학신문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유빈 : 소통의 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 : 대학신문은 학내 문제점을 지적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학내 행사와 소식지를 넘어서서 좀 더 비판하고 분석하는 신문이 돼야 한다.
한나 : 그러면 다들 우리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 하나.
소영 : 우리대학 신문의 보도가 겉핥기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도교수제와 생리공결제 같은 제도에 관한 것들은 자주 쓰지만 학교 재정 문제나 소통 문제 같은 깊고 고질적인 문제는 파고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 : 나는 ‘우리가 너무 조심스럽게 보도면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사의 결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다보니 날카롭고 깊은 비판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혜원 : 한 호 한 호의 편집계획서를 채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신문의 질을 높이기보단 기사쓰기에 급급한 것 같다.
한나 : 공감한다. 이런 부분은 신문사 인력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기자 인원이 많아서 일인당 기사 한 두 개씩만 쓰면 부담이 덜할 것이다. 그러면 기사의 질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텐데.
유빈 : 맞다. 기자활동에 부담을 느껴서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 않았나. 사람이 줄면 부담이 늘고, 부담이 느니까 또 사람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슬 : 인력 문제는 우리대학 신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대학도 있고 심지어 혼자서 신문을 만드는 곳도 있지않나. 우리대학뿐 아니라 많은 대학언론들이 위기에 놓여 있는 것 같다.
한나 : 맞다. 또 학우들의 관심 부족도 대학언론이 위기를 맞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학우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학우들과 소통도 없고 파급력도 약하다. 이번에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 보니 많은 학우들이 우리대학 신문 이름도 모르지 않았나.
가은 : 맞다. 어떤 학우들은 우리대학 신문이 ‘근맥’인지 ‘VISTA’인지 헷갈린다고 하더라. 그걸 듣고 조금 슬퍼졌다.
유빈 : 학교 문제에 대한 관심도 낮은 것 같다. 그리고 학교 문제에 관심이 있어도 굳이 학교 신문을 찾지 않는 것 같다.
소영 : 우리대학 학우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신문 읽는 걸 귀찮아하고 또 재미없어 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여유시간에 신문이나 책 같은 걸 봤는데 요새는 다들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재미만 추구하는 경향도 강한 것 같고.
혜원 : 그렇다고 독자들의 입맛에만 맞춰 오락이나 재미만 추구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면 신문사의 정체성을 잃고 대학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한나 : 그렇다면 우리대학 신문을 학우들에게 알리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더 하면 좋을까.
슬 : 이번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개선방향에 대해 홍보와 접근성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유빈 : 우리대학 영자신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보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학우들이 많이 알고 있는 듯하다. 또 벽에 신문을 붙이는 등 노력하는 게 많은 것 같다.
한나 : 우리도 배포대 홍보 영상을 찍거나 배포대 위치 지도를 그려서 배포대 홍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슬 : 이번에 설문하면서 보니까 ‘어? 학교 신문도 있었어?’와 같은 반응도 많았다. 설문을 진행하는 것 자체도 학우들에게 우리 신문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한나 : 또 취재할 때, 학우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하나의 소통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취재원은 주변사람 위주이고 너무 한정적이다. 길거리에 나가서 다양한 학우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노력도 해야 하지 않을까.
소영 : 맞다. 기사에 쓰는 인터뷰 같은 걸 다양한 사람에게 했을 때 확실히 신문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 자기가 나오니까 찾아보게 되고, 그 사람이 새로운 독자가 될 수 있지 않나.
한나 : 그래도 요새 신문을 잘 읽고 있다는 편지도 오고, 재미있다는 의견도 들리는 걸 보면 아직 희망은 있지 않은가 싶다. 조금씩 변화하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