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 취소, 우리대학을 위한 올바른 선택은?

피해 학우, “우리대학에 대한 신뢰 낮아져”

2016-06-07     최한나 기자, 박소영 기자

  지난달 24일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UN Women 세계대회(이하 세계대회)가 취소됐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큰 논란이 일었다.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우리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세계대회 취소 반대 글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지난 26일 세계대회 사무국인 차미리사연구소는 “UNWomen과 맺은 OU의 내용은 대학의 역량을 초과할 정도이다”며 세계대회 및 봉사활동, UN Women 인턴십(이하 인턴십)의 취소를 공식화했다.

  중도 취소된 세계대회
  대외적인 명성 하락할 것
  이에 대해 많은 학내 구성원이 “대학 재정만을 고려한 성급한 의사결정”이라고 반대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김이배 기획처장(이하 김 기획처장)은 “1차 세계대회 때부터 MOU 이행을 하면서 우리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행정적, 재정적 의무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논란이 있었고 현재로서는 외부 재정지원 역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구성원이 세계대회 유치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전 차미리사 연구소장 김경희(식품영양) 교수(이하 김 교수)는 “학교가 사정이 안 돼서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면 총 책임자인 대학 본부가 미리 논의해 아예 금년도 세계대회 유치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올해 세계대회는 5월 20일 대회 참가자들의 접수를 마감했고 8월에 개최를 하는 것으로 이미 진행이 된 상황에서 중도에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대의 한 교수 역시 “대학의 역량 부족으로 세계적인 대회가 취소된다면 그로 인해 우리대학이 받을 불명예나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은 예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며 “이번 행사는 이미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치러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부금 모금을 위해
  대학 측 노력했나
  이번 세계대회 취소의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의 어려움 때문이다. 16년도 제3차 세계대회 예산안을 보면 기부(수입)액은 6천만 원이며 지출은 약 4억 1천만 원으로 3억 5천만 원 정도를 교비로 충당해야 한다. 기획처는 “이번 결정은 이미 작년 이사회에서부터 일관되게 견지해왔던 것으로 ‘외부 재정지원 범위 내의 행사 개최’라는 원칙의 고수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차 세계대회 당시에는 5억 원 이상을 기부(수입)받았으며 2차세계대회에서도 1억 5천만 원이 넘는 수입이 있었다. 김 교수는 “1차 세계대회 당시에는 기부금을 많이 받았고 그걸로 대회 비용을 거의 충당했다”며 “현총장이 외부로부터 세계대회의 기금 모금을 적극적으로 받았으면 이렇게 중단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천세희 총학생회장은 “현재 기부받은 금액은 1차 세계대회 대비 12%밖에 되지 않는 금액으로 2차 세계대회 당시 에볼라로 인해 난항을 겪었을 때도 이렇게 낮은 금액을 후원받지는 않았다”며 “이는 학교본부가 세계대회 개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증거이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김 기획처장은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렵고 과거보다 이 행사에 대한 효과성이 떨어지다 보니 후원금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 측은 MOU의 조건으로 매년 40명의 아프리카 학생들을 우리대학에 재학시켜 수업료 및 생활비 등을 제공해야 하며 학생 1인당 2천만 원 정도의 소요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간 8억원 정도(4년 환산 시 약 32억 5천만 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의문을 품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대학 김은희(국어국문) 교수는 “기획처의 글에 의하면 반드시 40명의 아프리카 학생을 지원해야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현재 4명의 대학원생만이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사실로 보아 반드시 40명이 아니어도 된다는 의미이고 실제로는 덕성의 상황에 맞춰 추진해도 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학우들 노력은
  누가 보상해주나
  한편 대학 측이 재정적인 문제만을 이유로 마땅한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한 것은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세계대회 참가자로 지원했던 한 학우는 “공식 공지가 아닌 커뮤니티 내의 글을 통해 취소 소식을 접해 처음엔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며 “취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엔 정말 억울했고 절망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두 달 동안 세계대회를 밤낮없이 준비해왔는데 내 기대와 꿈을 저버린 것에 대한 사과는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과연 우리대학이 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턴십 취소로 피해를 입은 학우도 있다. 인턴십을 준비하던 한 학우는 “대학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는 학우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 그들의 열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대학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아졌다”며 “앞으로 대학 측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김 기획처장은 “학생들에게 이를 보상하기 위해 세계대회에 버금가는 대회를 추진중이다”며 해당 대회를 올해 내로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새로운 대회를 진행하기 위한 예산에 대해서는 “세계대회를 위해 기부받은 6천만 원과 함께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외부에서 가져올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이미 예산 지원을 약속한 기관도 있으며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