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채식 체험기

채식인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다

2016-12-07     김유빈 기자

  기자는 기숙사에 사는 탓에 잦은 외식과 배달음식을 즐겼다. 특히 바쁜 마감 주에는 동료 기자들과 햄버거, 치킨 등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사를 한 날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자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아토피도 심해지고 점점 체중도 늘어갔다. 이에 기자는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결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건 채식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고민 끝에 페스코 채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날 기자는 본가로 향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으며 채식을 체험해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자의 어머니는 “갑자기 체질을 바꾸면 건강에 좋지 않다”며 걱정을 내비치셨다. 그러나 기자가 체험 의도를 설명하자 잘 해보라며 자색고구마와 단호박 등 여러 음식을 챙겨주셨다.
  


  도시락이 지겨워진 기자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고민하다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연어덮밥을 먹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장국은 먹어도 되는지 초고추장에 혹여나 고기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노심초사해야 했다. 의심이 가는 반찬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함께 간 동료 기자들은 기자가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몇 가지 챙겨줬다. 기자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기자의 친구들은 채식하는 기자를 놀리기도 했다. “다음에는 황제 다이어트 체험을 해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함께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조르기도 했다. 그 말에 마음이 동하기도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기간이라 채식을 하는 동안 몸의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기자가 채식을 하며 가장 신경 쓰인 것은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기자를 걱정하며 매일 전화를 하는 어머니와 기자의 눈치를 보는 동료 기자들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없다는 점도 불편했다. 비록 짧은 체험이었으나 기자는 채식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