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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2018년 06월 11일 (월) 12:01:17 하수민(정치외교 1) 학우 -

  지난 5월 19일 혜화역에는 만 오천여 명의 여성이 모였다. 일제히 붉은 착장을 한 그들은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이라는 목적 아래 시위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여성들은 자신을 포함한 여성의 안전을 위해, 정의를 위해 싸웠다.

  일명 ‘홍대 몰카남’ 사건이 기폭제가 돼 일어난 이번 시위는 검경 수사의 불공정함을 바로잡고자 했다. 홍대 누드모델을 불법 촬영한 여성을 옹호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이 화장실에서, 지하철에서, 도서관에서 불법 촬영을 당할 때 침묵하던 경찰과 법정에 선 불법 촬영범들에게 기소유예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게 호소하고자 했다. 셀 수 없는 여성들이 불법 촬영을 당하고, 이것이 유출돼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목숨을 끊을 동안 침묵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달랐다. 학교측과 경찰 측에서 앞다퉈 피해 남성의 신변을 보호하고, 가해 여성의 휴대폰을 찾으려 한강에 잠수부를 투입하고 가해 여성을 포토라인에 세웠다. 여성이 피해자가 됐던 사건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동일범죄라면 동일하게 수사하고 동일한 처벌을 내리라는 요구가 무리일까?

   신고하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수사는 남성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다. 이를 경험했기 때문에 남성들은 신고만 하면 다 해결되는데 왜 신고를 하지 않느냐는 배부른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당한 범죄를 신고했던 여성들은 범인을 잡지 못한다며 수사를 거부당하고, 과민 반응하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사회로부터 철저히 무시 받고 배제당한 여성들에게 다시 목소리를 낼 용기가 남아있을까. 여성의 짓밟힌 용기가 다시 피어나길 기대하며 우리는 오늘도 연대하고, 맞서고, 소리친다.

   불법 촬영을 하지 말라고 외치는 시위에서 남자 경찰과 남성 시민들은 여전히 시위자들을 찍어댔다. 그들에게 이 시위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들이 이 시위를 예민한 여성들이 부리는 억지 정도로 느끼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신상이 드러나면 받게 될 불이익이 두려워 마스크를 끼고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조롱을 일삼고, 한 여성이 시위 물품을 도둑질했다는 사건을 조작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된 지 오래인 듯하다. 그러나 여성들은 언제까지고 불공평한 법을 받아들이는 순종적인 사람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몸을 혹사시키며 싸웠고 참여하지 못한 여성들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혜화역을 지나가는 여성들은 시위자들에게 힘내라며 용기를 북돋아줬고 일면식조차 없는 여성들은 서로 마스크와 물을 나누며 의지했다.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조차 단체로 시위해야 하는 21세기 한국의 실태가 부끄럽고 추악하지만, 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싸울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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