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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입니다
2018년 06월 11일 (월) 12:22:13 정예은 기자 ye31301995@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어느덧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반려동물 유기와 동물학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동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있다. 최근 개 불법 도축의 온상지였던 모란시장에서 도축 시설을 철거하고 개헌안에 동물권을 명시할 것을 주장하는 등 동물을 위해 행동해 온 ‘동물권행동 카라(KARA)’(이하 카라)다. 이에 기자는 카라의 임순례 대표(이하 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을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
  임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저희 집에 동물이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집에는 늘 개나 고양이가 있었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수의사나 조련사, 사육사 등의 직업이 동물과 가까운 직업이라고 생각해 이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임 대표는 영문과에 진학했다. “수의사 등 동물과 가까운 직업에 종사하려면 이과 계열의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과 계열의 공부가 제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또 중학생 때 개구리를 해부하는 실습을 보고 생물과 관련된 분야가 제게 맞지 않다고 느꼈죠. 그래서 동물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걸 포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진로를 뚜렷이 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떤 학과로 진학할지 고민하다 당시 문과 계열의 학과 중에서 취직이 잘 되는 편이었던 영문과에 진학했죠.”


 

  과거가 현재를 살아가는 동력이 됐다
  임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프랑스 문화원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며 진지하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대학원을 수료한 후 유학 시절을 거쳐 영화감독이 됐다. 임 대표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비주류에 관심을 갖고 이를 영화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 사회적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임 대표가 동물보호시민 단체 ‘아름품(현재 카라)’의 명예이사직을 제안 받은 것도 이 때였다.

   임 대표가 동물을 위해 일하게 된 계기는 외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2004년에 아름품의 운영위원 격인 활동가 한 분을 알게 됐는데, 그 분이 제게 명예이사직을 제안했어요. 명예이사가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흔쾌히 승낙했죠. 그러다 카라의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자 제게 대표직 제의가 왔어요. 2~3년 동안 대표직 제의를 고사했는데 우연히 참석해 들은 강의에서 ‘진정한 깨달음은 깨달음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했을 때 완성된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어요. 누군가가 지금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과 제가 나이 들고 영화계에서 은퇴한 후 자원봉사로 임하는 것은 다르니까 제 사회적 영향력이 필요할 때 카라에서 일하는 게 맞다고 여겼어요.”

  임 대표는 동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카라에서 일하게 된 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는데 동네 개들이 나무에 매달려 몽둥이찜질을 당한 후 먹히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또 옆집 개들이 개장수의 자전거 뒤에 달린 철망에 갇힌 채 팔려가는 것도 봤어요. 그때 제가 그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없어 지켜보기만 하다 보니 제 내면에 동물들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래서 제 시간을 바쳐 동물들을 위해 일하는 게 그 아이들에 대한 속죄 같아요. 제가 카라의 대표직을 받아들이게 된 심리의 기저에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발걸음에 힘을 얻어요
  최근 카라는 개고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란시장에서 살아있는 개를 전시하고 도살하는행태를 근절하는 데 이바지했다. “성남시와 동물단체가 협력해 기존 모란시장 상인들과 철창에 살아있는 개를 전시하거나 철창 뒤에서 개를 도살하지 못하게 하는 협약을 맺었어요. 그런데 한 분이 협약을 깨고 협약에 대한 불복 소송을 했어요. 성남시와 카라도 그 분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겨서 얼마 전에 개를 도살하는 시설과 장비를 철거했죠.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을 피난시킬 수 있는 피난권과 몰수권이 없어 남아있는 개들을 확보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개와 관련해 상징적 의미를 가진 모란시장에서 법적 소송을 통해 동물학대의 일부분을 방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앞으로도 모란시장에 남은 개들을 확보하고 아직 철거되지 못한 시설을 철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려고 해요.”

   임 대표는 동물의 권리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동물 보호 운동의 역사가 짧아요. 2000년대 초반에 시작했으니 이제 거의 15년 남짓 넘었죠. 그동안 정말 많은 부분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저희가 시위하면 ‘사람이 우선인데 왜 동물을 위해 일하냐’거나 ‘개고기를 먹는 건 우리의 전통이다’던 사람이 많았어요. 요새는 동물도 고통이나 감정을 느끼고, 동물학대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죠. ‘카라’나 ‘케어’, ‘동물자유연대’를 포함해 동물과 관련된 크고 작은 단체가 많아졌고, 단체에 속하지 않은 채 캣맘처럼 홀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또 젊은 학생들도 동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렇게 저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게 제일 보람 있죠.”



  아직 갈 길이 먼 동물권 보호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다. 이에 많은 동물단체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서 대우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임 대표는 동물을 물건으로 인식하는 현행법이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학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되지 않고 그 사람의 재산을 파괴한 죄인 재물손괴죄로 기소돼요. 그래서 동물보호법이 재물손괴죄보다 처벌이 더 강한데도 동물학대가 재물손괴죄로 인정돼서 벌금 몇 십만 원만 내고 마는 일이 종종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권을 가진 존재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실제로 외국에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규정한 선진 헌법이 있기도 하고요.”

  정치권에서 동물권을 명시한 법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동물과 관련된 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어 무산된 적이 많았다. “많은 정치인이 청년 취업처럼 선거에서의 표와 직결되는 분야에서 정치인의 도움이 필요할 땐 열심히 해요. 하지만 동물보호법 같은 동물 관련제도는 국회에서 계류되거나 무산된 적이 상대적으로 많았어요.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이라도 동물에게는 투표권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동물과 관련된 제도는 예산을 책정하거나 개정하는 데 있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 같아요.”

  임 대표는 동물과 관련된 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행정력의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동물학대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요. 신고자가 동물학대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 등의 증거로 남겨야 하는데, 동물학대가 급박한 순간에 남의 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신고자가 증거를 남기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하죠. 또 동물학대범이 2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실형이 선고되거나 높은 수준의 벌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몇 십만 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죠. 이는 경찰의 수사와 검사의 기소, 판사의 판결까지 총 세 단계에서 종사하는 행정 관계자들의 동물에 대한 윤리 의식이 일반인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의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기자는 임 대표에게 덕성여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카라는 ‘대학냥이’라고 해서, 많은 대학과 협력해 ‘대학 길고양이 돌봄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카라와 협력하는 대학들에는 대학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동아리가 있어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카라와 대학 동아리가 함께 대학 길고양이를 중성화해서 방사하거나 입양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 같은 동아리가 있으면 고양이가 학생의 돌봄을 받을 수 있고 학생도 건강한 고양이를 볼 수 있어 좋죠. 대학에 동물과 관련된 동아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임 대표는 동물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학생들이 바쁘니까 적극적 활동은 하기 어렵더라도 윤리적 소비는 할 수 있잖아요. 육식을 줄이고, 동물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는 의류를 입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에서 출시한 화장품을 사용하며, 여행 갔을 때도 동물을 소재로 하는 오락거리를 즐기지 않는 등 일상에서의 노력으로 동물이 처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어요. 우리가 평소 동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덮는 이불에도 동물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어요. 그러니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여러 작은 일을 실천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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