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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찍고 있을지 모른다
끊이지 않는 불법 촬영, 강력한 처벌 필요해
2018년 06월 11일 (월) 00:00:00 손정아 기자 sonjunga5323@duksung.ac.kr

  사람이 많은 지하철 속에서 누군가 바싹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밀까 두렵고, 공중화장실 곳곳에 뚫려있는 수십 개의 구멍 속에 카메라가 있을까봐 화장실을 사용하기 꺼려진다. 앞에 있는 상대의 안경이나 볼펜이 몰래카메라는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심지어는 집에서조차 주변의 건물에서 우리 집을 촬영하고 있지 않을까 두려워 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커튼을 친다. 영화 속에서 감시당하는 사람을 보여주는 듯한 이 상황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를 자살까지 몰아가는 불법 촬영에 대해 알아봤다. 

  불법 촬영, 6년 사이에 4.7배가량 증가

  ‘몰래카메라’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1년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서다.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당시에 몰래카메라라는 용어는 유쾌하고 즐거운 단어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금의 몰래카메라는 유쾌한 장난이 아니다. 몰래카메라는 범죄에 이용되기 시작했고, 꾸준히 증가해 그 심각성이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유희적 표현이 범죄 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몰래카메라라는 용어 대신 ‘불법 촬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불법 촬영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이하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물론, 합의하에 촬영했더라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촬영은 공중화장실의 천장 모서리와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서 앞사람을 찍는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의 발생 건수는 지난 2011년 1,353건에서 지난해 6,470건을 기록했다. 6년 사이에 4.7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초소형 위장 카메라의 규제 필요해
  이렇게 급속도로 증가하는 불법 촬영으로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A 학우는 “주변에 많은 사람이 불법 촬영을 당할까 두려워 공중화장실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밖에서는 음료를 최소한으로 마시거나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불법 촬영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에 치마나 통이 넓은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주위 남성들의 신발 등에 카메라가 부착돼 있지는 않은지 살핀다”고 말했다.

  초소형 위장 카메라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등장 하면서 이를 규제하거나 설치된 카메라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불법 촬영의 증가 원인에 대해 “인터넷망에 굉장히잘 접속되고, 카메라가 첨단 기술로 개발되다 보니 그런 것들이 범죄에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넥타이나 볼펜, 물병, 탁상시계, 안경, 벨트 등 많은 초소형 위장 카메라가 판매되고 있으며 포털사이트에 검색할 때도 이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에 A 학우는 “인터넷에 ‘몰래카메라 판매’를 검색해보면 초소형 카메라뿐 만 아니라 일반 물건과 구별할 수 없는 제품들도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규제가 없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이 이를 알아채고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초소형 위장 카메라의 판매와 구매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촬영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의 처벌이 미약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불법 촬영을 한 사람은 성폭력 특례법 14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불법 촬영으로 인해 형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1심 판결 216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은 9%(20건)에 불과했다. 이에 우리대학 사회학과 김은정 교수(이하 김 교수)는 “현재 시행되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불법 촬영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본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부산페미네트워크 트위터>


 

   
<출처/연합뉴스>


  보는 것도 범죄입니다
  그러나 불법 촬영은 단순히 찍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으로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이 유출돼 많은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유출’이나 ‘몰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피해자의 얼굴이나 신체가 나오는 수많은 불법 촬영 사진이나 영상을 볼 수 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게 돼 유출된 사진이나 영상을 지우려 해도 한 개의 영상이 수백 개의 사이트에 퍼지는 탓에 모든 사진과 영상을 지우기도, 지워진 것인지 확인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부산지방경찰청이 불법 촬영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불법 촬영 영상 170개를 국내 23개 파일공유 사이트에 2주간 매일 올리는 실험을 했다. 해당 영상은 한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찍은 것처럼 연출한 ‘가짜 불법 촬영 영상’이었다. 영상의 후반에는 여성의 얼굴이 귀신으로 바뀌며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건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나온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짜 불법 촬영 영상인 줄 알고 해당 영상을 내려받은 횟수가 2만 6천여 건에 달한 것이다.

  이처럼 불법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을 소비해도 된다는 의식이 불법 촬영을 근절하는 데 더 큰 문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공뉴스에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불법 촬영 영상을 소비 하고자 하는 대중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가 더욱 커지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영상을 소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결국 본질적인 가해자들”이라고 말했다.

  
예방은 신고가 아니라 검거여야 한다
또한 불법 촬영이 심각한 성범죄라는 인식이 낮은 것도 문제다. 공중화장실의 화장실 문이나 지하철 계단에 ‘몰래카메라 신고가 예방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불법 촬영 범죄를 막기 위해서 신고를 하라는 뜻인데,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기 어려울뿐더러 이는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에 A 학우는 “몰래카메라는 발견하기 이전 혹은 발견과 동시에 이미 찍혔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범죄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거나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지 범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조심하고 스스로 살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신고는 예방이 아닌 검거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도 국민입니다
최근 불법 촬영을 논란의 중심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홍익대학교의 한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누드모델로 나온 남성의 나체 사진이 유포된 것이다. 이에 사건이 논란되면서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지난달 10일 가해 여성이 체포됐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여성이 분노했다. 여성이 피해자였던 지난 사건들에 비해 수사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인식과 여성을 대상으로 보는 인식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불법 촬영 범죄로 검거된 16,201명 중 남성 가해자는 15,662명(98%)이며 여성 가해자는 539(2%)다. 이에 지난달 11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소통 광장 코너에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하 청와대 청원)이 게시됐다. 청와대 청원은 홍익대학교에서 있었던 누드 크로키 불법 촬영 사건이 이례적으로  빨리 처리되고 있으며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 촬영 범죄는 방치되거나 미온적인 수사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청와대 청원의 게시자는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기에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됐다면 국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지난달 19일부터 혜화역에서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외치는 첫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경찰의 성차별 없는 공정수사와 불법 촬영·유출·유통 등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불법 촬영으로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집에서조차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불법 촬영은 피해자가 조심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조심할 일도 아니다. 불법 촬영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불법 촬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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