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상처로 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평생의 상처로 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 덕성여대신문사 기자
  • 승인 2018.10.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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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경각심 가져야 해

  우리나라는 사회적·문화적 격변을 겪으며 가족 역할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에 육아 공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지난 1991년 1월 14일, 영유아를 보호하고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됐다. 이에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유치원과 달리 보육을 위한 기관인 어린이집이 생겨났다. 이후 어린이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가 연일 보도돼 논란이 되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 아동의 신체와 마음에 깊은 멍울을 새겨놓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해결책은 없을까?
 

출처/국민일보 지난 2015년 1월에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크게 논란이 된 가운데 같은 달 18일, 인천 송도동 센트럴파크에서 부모와자녀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1월에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크게 논란이 된 가운데 같은 달 18일, 인천 송도동 센트럴파크에서 부모와자녀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을 촉구하는 모습이다.<출처/국민일보>

 

  등잔 밑의 위험, 어린이집 아동학대
  지난 2015년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실(이하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이 드러나 크게 논란이 됐다. 보육교사가 점심시간이 끝난 후 아이의 식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반찬을 남긴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내려치는 등 아이들에게 가혹한 폭행을 일삼은 것이다. 게다가 해당 보육교사가 다른 아이들도 상습적으로 학대해온 사실을 입증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이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켜 같은 해 어린이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영유아보육법의 개정으로 이어졌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아동학대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어린이집 아동학대 적발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아동학대 및 폭행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에 232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발생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815건이 발생해 어린이집 아동학대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7월 24일, 연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행 정책이 현장에 맞는지 점검하고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왜 줄어들지 않을까?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보육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다. 한국심리학회 이경숙 연구위원 외 2명이 진행한 ‘보육교사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원인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원인으로 ‘보육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1위로 꼽혔다. 우리나라 보육교사는 한 사람당 OECD 평균보다 많은 수의 영유아를 담당하고 있으며 어린이집의 사무 업무도 처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교사의 임금까지 낮은 편이다. 이에 보육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아동학대를 저지르기 쉽다는 것이다.

  보육교사의 부족한 전문성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난 2016년 1월 12일에 공포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양성기관에서 17개의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 중 8개의 과목은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으며 실습 기간이 6주에 그쳐 교육생들이 전문성과 경험을 쌓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 연구위원의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 양성교육과정에 대한 인식에 기초한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과정 개선 방안’ 논문에 따르면, 보육 관계자와 전문가 1,7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3%가 보육교사의 양성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묻는 문항에서는 35.4%가 보육교사에게 아동의 문제행동을 지도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안전한 어린이집을 위한 다양한 노력
  현재 우리나라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이후 지난 2015년 4월에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어린이집에 대한 감시 효과를 높여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준다.
 
  또한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지난 3월 20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단축과 휴게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공포돼 지난 7월 1일부터 이가 시행됐다. 이에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보육교사도 휴게시간을 갖게 됐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2일,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의무화로 인해 우려되는 보육 공백을 해결하고자 기존에 국비로 지원하던 보조교사 29,000명에 더해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보조 인력을 충원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다각도로 살펴보고 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보조교사를 충원해도 큰 효과가 없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유아교육과 임승렬 교수(이하 임 교수)는 “보조교사를 충원해도 보조교사는 전일제로 근무하지 않아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또한 보육교사가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보조교사가 일관성 있게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보육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아동의 수가 많아 보육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낮춰 보육교사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던 한나영(29. 여) 씨(이하 한 씨)는 “영아들은 개별보육이 필요하다”며 “현행 규정상 0세 영아 기준으로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이 1:3인데 이를 줄이고 보육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들은 민감한 심리를 갖고 있어 천천히 대화해야 할 일이 많다”며 “우리나라처럼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으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고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보육교사들이 교대로 나눠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어린이집은 운영시간이 길기 때문에 교사들의 근무시간을 2교대로 운영하되 교사들이 학급운영과 교육과정 계획을 협의해 운영함으로써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육교사는 보육뿐만 아니라 사무 업무까지 수행하는데 보육교사의 급여는 노동 강도에 비해 적은 편이다”며 “정부가 보육교사의 후생복지를 보장하거나 급여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자격 취득 과정을 강화하는 것도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임 교수는 “현재 보육교사 양성과정으로는 예비 보육교사의 수업 능력이나 전문성을 함양하기 어렵다”며 “예비 보육교사의 사명감과 직업 적성 등을 파악해 윤리적이고 전문적인 보육교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어린이집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연일 보도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이 쌓이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지난 2007년 일어났던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어린이집 원장 부부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아동학대에 대한 실질적 처벌과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다. 이에 4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해 청와대의 답변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이처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씨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정부가 현장을 잘 모르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정책을 시행한다고 느꼈다”며 “탁상공론 정책이 아니라 아이와 교사, 부모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피해 아동의 가족과 주변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준다. 우리는 모든 아이가 안전한 어린이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이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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