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기획 ②]성착취 범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성매매 여성기획 ②]성착취 범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 정지원 기자
  • 승인 2019.04.01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범죄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

  올해 16살이 된 나는 누구에게든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SNS를 다운로드했다. SNS에 가입하며 나이와 성별을 입력해야 했다. ‘16세, 여성’을 입력하고 접속하자 여러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용돈 만남 가능?’, ‘40대 아저씨랑 여행 갈 고등어 구함’, ‘고민을 나누고 싶어요’ 나와 목적이 같아 보이는 세 번째 연락에 답장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B 씨와 연락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B 씨가 성적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지만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 거겠지’라고 생각해 나는 B 씨의 성적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내게 성매매를 한 것이냐고 따졌다. 나는 범죄자인가, 피해자인가.


성매매 여성기획

  암암리에 행해지던 미성년자 성착취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사건은 △2014년 961건 △2015년 978건 △2016년 1,365건 △2017년 1,485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인권센터 ‘보다’ 이하영 소장(이하 이 소장)은 “오래전부터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은 대부분 10대였다”며 “위와 같은 통계자료는 신고 여부에 달려있는데, 「청소년 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미성년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이를 문제로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SNS의 보이지 않는 덫
  우리사회는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를 바라볼 때, 해당 범죄가 미성년자의 탈선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출청소년은 *가출팸이나 성매매 알선자, SNS를 통해 성착취에 유인된다”며 “우리사회는 이를 가출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권주리 사무국장(이하 권 사무국장)은 “최근에는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가 발생하는 양상이 변화했다”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하면서 미성년자가 SNS를 통해 성착취에 유인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착취 피해 미성년자(이하 피해 미성년자) 응답자 중 59.2%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채팅 앱)을 통해 처음 성매매를 접했다’고 답했으며, 67%는 가장 많이 이용한 성매매 수단이 ‘채팅 앱’이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의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가 채팅 앱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채팅 앱에 대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 사무국장은 “채팅 앱을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 소장은 “채팅 앱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없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선정적 단어를 쓰면 이를 제재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할 수 있음에도 그들의 책임과는 무관한 일이라 주장하고 수사기관은 이를 수긍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매체 닷페이스는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 취재했다. 취재 영상에 따르면, 닷페이스 측은 익명 채팅 앱에 15세 여성으로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남을 원한다는 약 20통의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미성년자로 등록된 상대방에게 성매매를 원했고, 일부는 교복을 가져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성매매를 언급하며 채팅을 시작하지 않기도 한다”며 “일명 ‘그루밍(grooming)’을 통해 친근하게 접근해 자신을 믿게 한 다음 거절하기 힘든 상황을 조성하고 성적 제안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10대는 일상적으로 SNS를 사용한다”며 “미성년자 성착취는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로, 그 원인을 10대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언론매체 닷페이스 측이 채팅 앱으로 성매매를 원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캡처/youtube 닷페이스 .FACE
언론매체 닷페이스 측이 채팅 앱으로 성매매를 원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캡처/youtube 닷페이스 .FACE

  미성년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 아청법
  여러 단체들은 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미성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해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가 근절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아청법 제3장에 따라 피해 미성년자는 ‘대상’ 아동·청소년과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구분된다. 이에 대해 권 사무국장은 “해당 조항에 따르면, 대상 아동·청소년은 성매매를 ‘한’ 미성년자고, 피해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다”며 “하지만 이 둘을 명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청법은 성매수와 성폭력의 대상이 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 미성년자가 성매매에 가담했다고 판단되면 아청법 제3장에 따라 ‘선도·보호’라는 명목하에 「소년법」 상 보호처분이라는 사실상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반사회성이 있는 미성년자는 그가 보호처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결정되면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에 의해 1호부터 10호 중 하나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는다. 이에 대해 권 사무국장은 “대상 아동·청소년은 보호처분으로 보통 특정 기간 보호관찰관에게 보호관찰을 받거나 사회봉사, 수강명령을 받는다”며 “이때 성매매 알선, 절도 등의 잘못을 저지른 다른 미성년자들과 보호처분 이행 과정을 함께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대상 아동·청소년은 이를 선도·보호가 아니라 ‘처벌’이라고 인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상 아동·청소년이 아청법에 따라 처벌로 비치는 보호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에게 중요한 회피책이 되기도 한다. 권 사무국장은 “피해 미성년자가 경찰에 성착취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하면 성구매자나 성매매 알선자는 ‘너도 같이 처벌받는다’고 협박한다”며 “실제로 신고했을 때 대상 아동·청소년이 되면 피해 미성년자 또한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써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가 2차 가해를 하기 용이한 상황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아닌 성착취로 바라봐야 할 때
  권 사무국장과 이 소장은 ‘미성년자 성매매’가 아니라 ‘미성년자 성착취’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어떠한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는데, 성매매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고 있다”며 “미성년자가 성매매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2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와 십대여성인권센터를 포함한 364개 단체가 모여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아청법에 있는 ‘대상 아동·청소년’의 개념을 삭제하고 피해 미성년자 모두가 법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6년 8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해당 내용이 들어간 ‘아청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2016년 법무부는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청소년까지 피해자로 규정하면 법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담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그뒤 지난해 2월 해당 개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에 대해 미성년자가 가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다”며 “그러나 이로 인해 성구매자와 같은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범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하고 피해 미성년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사무국장은 “미성년자 성착취에는 많은 문제가 종합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 삭제와 미성년자를 보호·지원하는 통합지원센터 설립 등이 포함된 내용으로 법이 개정됨으로써 법적인 근거가 생기면 하나의 문제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하나씩 정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가출팸: 가출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기 위해 가족처럼 모인 집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