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녀의 국정 지지율 차이, 원인은 페미니즘?
20대 남녀의 국정 지지율 차이, 원인은 페미니즘?
  • 정예은 기자
  • 승인 2019.05.20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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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정 지지율이 보여주는 사회상

  지난해 말,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이 29.4%로 전 세대 중 최저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자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분석했다.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다양한 원인이 논의되는 가운데, 정부의 여성친화적 기조가 반페미니즘 정서를 가진 20대 남성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었다. 현재 동일 세대 내에서 가장 큰 국정 지지율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20대. 이들이 살아가는 시대상을 들여다봤다.

  이대남의 변심
  대중에게 친숙한 정치 상식 중 하나는 ‘2030 = 진보 vs. 5060 = 보수’라는 공식이다. 이는 연령 효과와 결부된다. 연령 효과는 나이가 들수록 개인의 정치 성향이 보수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갤럽이 2017년에 성인 47,267명을 대상으로 전 세대의 정치 성향을 조사한 결과, 19세부터 54세까지는 진보 성향이 우세했지만 그 이상부터는 수치가 역전해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우세했다. 즉 진보 성향에서 보수 성향으로 변화하는 분기점이 54세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당시 모든 연령대의 국정 지지율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이 63.5%로 가장 높았던 데 반해,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이 29.4%로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에는 적신호가 켜졌고 일각에서는 20대 남성의 보수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낮은 국정 지지율이 논란이 됐다. 이후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 격차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아 있는 상태다. 출처/리얼미터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낮은 국정 지지율이 논란이 됐다. 이후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 격차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아 있는 상태다. <출처/리얼미터>

  범인은 반페미니즘 정서?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을 낮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다. 20대 남성이 정권 초부터 ‘페미니스트 정부’임을 밝힌 정부의 여성친화적 정책에 반감을 가져 국정 지지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18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이하 정책위)가 작성한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 보고서(이하 현안보고서)도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정부의 여성친화적 기조에서 찾았다. 정책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6월에 한국갤럽이 조사한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2018년 6월, 혜화역 규탄시위 이후 급락 추세로 반전됐다”고 기술했다. 또한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로 다른 이해와 해석
  20대 남성 사이에서 반페미니즘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을 반페미니즘 정서로 간주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성친화적 정책으로 ‘공정성’ 훼손 체감=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국정 지지율 하락을 야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20대 남성이 역차별로 인해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느껴 여성친화적 정책에 반감을 가졌다고 말한다.

  선거학회의 2003년도 <16대 대선 사후조사>와 한국리서치의 2018년도 <여론 속의 여론> 정기 웹조사에 따르면, 2002년에는 남성 응답자의 61%가 여성 할당제에 찬성했지만 2018년에는 남성 응답자의 58%가 여성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답했다. 여성의 경우 2002년에는 71%가 여성 할당제 시행에 찬성했지만 2018년에는 59%가 여성 할당제는 남성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서 여성차별을 해소하려는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낮아진 것이다.

  또한 정책위 역시 현안 보고서를 통해 20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 및 상대적 박탈감의 요인으로 성별 할당제와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부 정책’을 꼽았다.

 

지난 2월 21일, 한겨레TV는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다고? 20대 남성이 답한다’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영상에는 청년 102명을 인터뷰해 청년의 삶을 담아낸 '청년현재사'의 저자들이 현재 20대 남성의 삶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저자들은 20대 남성이 느끼는 박탈감의 원인으로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지위와 낮은 정치 효능감 등을 지적했다. 캡처/Youtube 한겨레TV
지난 2월 21일, 한겨레TV는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다고? 20대 남성이 답한다’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영상에는 청년 102명을 인터뷰해 청년의 삶을 담아낸 '청년현재사'의 저자들이 현재 20대 남성의 삶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저자들은 20대 남성이 느끼는 박탈감의 원인으로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지위와 낮은 정치 효능감 등을 지적했다. <캡처/Youtube 한겨레TV>

  ◇반페미니즘 정서, 정부 정책 실패의 방패?=그러나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반페미니즘 정서가 꼽히는 것을 두고 정부의 정책 실패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의 정책이 20대 남성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해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우리대학 사회학과 김종길 교수(이하 김 교수)는 “통계상 남성 취업률이 더 높은 관계로 남성들이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며 “현재 노동정책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이 있어 이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즉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이 청년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것인데 정면에 페미니즘을 앞세워 ‘책임 회피’를 위한 방패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월 27일, 녹색당은 녹색당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못 해서 떨어진 지지율, 왜 여성 탓을 하나?!’ 논평에서 정책위의 현안 보고서를 두고 “보수 여당이 페미니즘 때리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청와대 직속 기구도 여성과 페미니즘을 문제라고 지목했다”며 정책위 현안 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최형규(24. 남) 씨는 정부의 안보정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북한에 재원을 과도하게 투입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추후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남성들은 군대에서 북한의 위험성을 교육받아 안보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국방·안보 분야에 관심이 적다”며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관심 차이 때문에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이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의 국정 지지율이 차이 나는 이유
  20대 남성이 겪는 사회적 문제는 20대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이 20대 남성과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 19일,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정한울 전문위원은 한국일보에서 20대 남성의 진보 성향 이탈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대 여성은 17대 대선에서 잠시 보수 성향으로 이탈했던 이후 지금까지 확고한 진보 지지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며 “반면 20대 남성은 전형적인 *스윙 보터의 길을 걸어왔기에 핵심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20대 남성에 비해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 요인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실제 정책과는 상관없이, 정부가 친여성적 정책을 시행한다는 긍정적 인식이 2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을 일부 상쇄했을 수 있다”며 “또한 여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아도 보수 야당이 여성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어 여당을 ‘차악’으로 보고 지지해 국정 지지율이 20대 남성보다 높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한편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반페미니즘 정서를 지목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혐오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지난 3월 3일, 한겨레 칼럼에서 “20대 남성의 불만이 여성의 집단이기주의나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분석은 문제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제기한 이슈는 디지털 불법 촬영, 직장과 학교에서의 미투, 성희롱·성폭력 등이었다”며 “보편적 인권과 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운 것이 남성들에게 ‘부당한 손해’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소수자 집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전 세계가 겪는 혐오의 사회현상이다”며 “20대 남성이 처한 현실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하지만,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문제의 원인을 페미니즘에서 찾아서는 안 된
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선창균(28. 남) 씨는 20대 남성이 사회적 지위 전복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들이 기득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세대·젠더·빈부 갈등을 조장했다고 생각한다”며 “20대 남성이 기득권 세력의 방어 논리에 현혹돼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이 시행되면 자신들이 약자가 된다고 느껴 국정 지지율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것은 장기적으로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동일 세대에서 여론이 분열되면 잠재적으로 더 큰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20대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해결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귀결은 옳지 못하다. 20대가 삶의 고충을 호소하는 원인에는 어떤 사회적 배경이 있는지, 우리는 불안정한 사회적 요소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윙 보터 :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못한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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