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답을 구하자
자연에서 답을 구하자
  • 심상희 약학과 교수
  • 승인 2019.05.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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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의 생물은 38억년에 걸친 자연의 연구 개발 과정에서 갖가지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극복해 살아남은 존재라고 한다. 예로부터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물질을 발굴 또는 창조하려는 기술 개발은 꾸준히 지속돼왔다.

  우리 주위에는 자연으로부터 얻은 자원과 의약품뿐만 아니라 자연을 모방해 만든 발명품들이 많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접착 목적으로 사용하는 흔히들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는 스위스의 한 전기학자가 산책을 하다가 자신의 바지와 개의 털에 달라붙은 ‘도꼬마리’(한국의 도깨비풀) 열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발명한 것이라 한다. 도꼬마리 씨앗에 많이 달린 갈고리 모양의 털을 본떠서 벨크로를 발명한 것이다. 약학 중 특히 천연물화학을 전공하는 본인으로서는 이 도꼬마리의 씨앗에 알레르기와 축농증에 효과가 있는 물질들 또한 함유돼 있어 예로부터 생약으로 사용돼 왔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우리대학 건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아이비’라 불리는 담쟁이덩굴의 경우, 식물의 잎에 진해거담작용이 뛰어난 성분들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 식물추출물을 개발해 천연물의약품으로 시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의약적 측면에 그치지 않았다. 담쟁이덩굴의 줄기가 벽을 타고 올라가 단단히 붙는 작용에 관해 연구한 결과, 담쟁이덩굴 뿌리털에서 분비되는 점착성 액체 안의 나노 입자가 접착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액 응고 억제제 ‘와파린’ 역시 북미지역에서 ‘전동싸리’라는 식물을 먹은 가축이 내출혈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 연구한 결과 얻은 물질이다. 또한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흡혈동물(거머리, 십이지장충, 진드기, 흡혈박쥐 등)은 숙주 몸에서 피가 빨리 흘러나오도록 자극하고 빨아들인 피가 빨리 응고하지 못하게 하는 물질을 생산한다. 이에 해당 물질을 연구해서 혈액응고 억제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모기가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피를 빨아먹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모기의 주둥이 모양을 본떠 주삿바늘을 만들고 무통주사를 발명한 것 또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대표적인 발명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의약품과 발명품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돼왔고, 현재도 유망한 분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세상에서 자연만큼 인류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고 또한 천재지변을 통해 인류를 벌하는 것은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더욱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이 주는 교훈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법이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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