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지워지는 가난
태어나는, 지워지는 가난
  • 진재희(정치외교 1) 학우
  • 승인 2019.10.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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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라는 말이 어느 순간 진리처럼 사회에 퍼졌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필연적으로 불행할 수 밖에 없으니 애초에 낳지 말라는 것이다. 무엇이 이런 말을 통용하게 만들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함에는 제약이 따른다.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은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몬다. 늦은 밤 학원에서 나온 아이들에게는 있는 집 자식들의 각종 입시 비리에 관한 뉴스가 들려온다.

  박탈감은 대학에 입학한 후 더 심해진다. 한국의 대학교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4위로 비싼 편이다. 집에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한다. 누구는 입학 선물로 자동차를 받을때 누구는 입학하기위해 일을 해야한다.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차이가 나니 성적도 격차가 벌어진다.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라는 말은 삶이 고통스러운 청년들의 외침이다. 그런데 외침의 방향이 다소 엉뚱하다. 화살은 언제나 약자에게 향한다. 그들의 외침은 절규이자 동시에 혐오적 표현이다. 주체를 바꾸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 논리라면 장애인도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누구도 선뜻 ‘장애인은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다. 혐오적 표현임이 더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르게 외쳐야 한다.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아라' 대신 ‘가난해도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 달라’고 사회에 외쳐야 한다.

  유튜브에서 ‘Little Women:LA’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왜소증 미국 여성들의 삶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왜소증 여성이 아이를 가진 회차의 영상댓글에 한국인들의 작은 설전이 벌어졌다. 왜소증 부모를 둔 아이가, 혹은 왜소증으로 태어날지도 모르는 아이가 과연 행복하겠냐는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왜소증 여성의 마음을 ‘욕심’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왜소증 여성은 아이를 낳았고 행복한 근황을 보였다. 이렇듯 남의 불행을 점칠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에서 약자, 소수자는 사라질 수 없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성 소수자든 말이다. 그리고 아직 그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이럴 때 우리가 외쳐야 하는 것은 약자, 소수자 지우기가 아닌 그들의 복지다. 가난에 대한 논의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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