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가 추천하는 <책>
덕기자가 추천하는 <책>
  • 정해인 기자
  • 승인 2019.11.0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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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이에 덕기자가 책, 공연, 전시회 등을 소개해 학우들에게 한 줄기 여유를 선물하고자 한다.

 

 

  여성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교과서에서 만난 유명한 전쟁부터 우리가 기억조차 못하는 전쟁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남성의 성대를 타고 전해지는 이야기다.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우리에게 닿지 못했던 여성 참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백만 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참여했다. 이 책은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여성 200명의 인터뷰를 엮은 다큐멘터리 산문이다. 남성들은 전쟁에서 거둔 승리와 공훈을 자랑삼아 떠들고, 상처마저 영예가 된다. 하지만 그 곁에서 함께 싸운 여성들의 이름과 공헌은 기억되지 않는다.

  남성들은 영웅이 돼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여성들은 아직 치러야할 전쟁이 남아있었다. 다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죽음이 가득했던 삶에서 아무 일 없었던 것 마냥 예뻐져야 했다. 화장을 하고 높은 구두를 신고 미소를 지어야 했다. 전쟁을 기록한 책이나 서류도 숨겨야 했다.

  한 여성은 남편의 부모를 처음 찾아 갔을 때를 떠올렸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부엌으로 데려가 “지금 누구랑 결혼하겠다는 거냐”며 ‘전쟁터에서 데려온 여자’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이에 그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의 아들들을, 아내들의 남편들을 구했는데”라는 생각에 서러워졌다.

  전쟁이 끝나자 남성들은 자신의 전우를 잊고 배신했다. 함께 거둔 승리를 빼앗아 독차지했다. 그렇게 여성의 전쟁은 잊혀버렸다.

  한 번은 작가가 부부가 모두 전쟁터에 나갔던 가정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남편은 “당신은 가서 뭐라도 내오라”고 아내를 부엌으로 보냈다. 이내 아내가 돌아와 앉았으나, 남편은 다른 것도 내오라며 다시 아내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작가가 끈질기게 아내에게 질문하자, 남편은 쓸 데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자리를 비켰다. 이런 집은 한두 집이 아니었다.

  작가와 인터뷰 후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꼭 다시 와야 해. 우린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살았어. 40년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어.”

  여성들은 저격수가 되거나 탱크를 몰기도 했고, 병원에서 일했다. 적의 총탄에 불구가 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일부가 되지 못했다. 여성의 전쟁을 듣고 기억하려는 당신에게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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