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알바 ‘천국’인가
누구를 위한 알바 ‘천국’인가
  • 최은지 학우
  • 승인 2019.12.01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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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주말 아침 7시에 일어나 덜 뜬 눈으로 화장실로 향한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허둥지둥 지하철에 오른다. 토요일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도 없이 30분을 서서 목적지로 향한다. 오픈 시간의 알바를 해본 대학생이라면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마감 알바라고 다르지 않다. 술집이나 식당에서 일했을 땐,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버스나 지하철 막차를 놓쳐서 걸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 알바를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알바비로 한 달 생활비를 메꿔야 하기에 상경 이후 주말 시간은 항상 비워두고 있다. 주말이 알바에 묶여있기에 지방인 본가에 내려가는 것은 대타를 구하고 부탁해야 가능한 일이 됐다. 주말 하루를 온전히 나에게 할애해 쉬면서 보냈던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방학이라고 사정이 바뀌지는 않는다. 석달에 한 번 다시 알바를 구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번 방학에도 내려가지 못하겠다는 말을 부모님에게 전해야 한다. 본가에 간다고 한들 이틀 대타를 부탁해 얻은 2주가 고작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하고 싶은 동아리나 대외활동이 있어도 정기활동이 주말 중 하루라도 끼어있다면 그 활동은 나에게 사치가 된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서 대학생 회원 1,8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개강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아르바이트’라는 대답이 25.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91.5%가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74.6%가 ‘개인 생활비 마련’을 그 이유로 꼽았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에 입학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공부하며 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나는 공부에만 전념하기도 어려웠고 주말에는 항상 알바가 우선이었다.

  내가 상경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방에서보다 제한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희망과는 다르게 알바가 끝나면 빨래와 청소를 하고 저녁을 먹고 누워 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에는 평일보다도 더 빨리 일어나야 했고 차라리 평일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었다.

  이는 지방에서 올라온 나만의 사정은 아니다. 서울에 사는 동기 역시 이번 주도 알바하러 간다며 한숨을 쉰다. 서울에 집이 없는 나는 학비와 기숙사비로 얼마가 나가고 있는지 잘 알기에 조금 더 신경 쓰일 뿐이다. 쉽게 돈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가 없기에 알바는 나한테 필수적인 일이다. 언제부터 알바는 대학생에게 계획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주말을 자신한테 할애하는 것이 사치가 된 걸까? 학비를 벌기 위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돈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자신이 원하는 걸 배우기 위해서 상경한 대학생들이 주말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조차 다음 구직을 위해 ‘알바천국’ 앱을 다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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