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결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결이 있다
  • 조수연(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20.04.21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을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새하얀 도화지 같이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순 백의 상태였다. 같은 곳에서 출발했으나 그 누구도 동일한 환경을 공유하지 않는다.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는다. 그렇기에 자아 정체성은 내가 나임을 말해준다. 사실 이것은 모호해서 내가 ‘나’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삶이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이테는 나무 안에 자리 잡은 성장 기록이다. 사람의 삶에도 이와 비슷한 ‘결’이 있다. 자신을 관찰해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이를 세세하고 짙게 만들 수 있다. 내가 무엇에 화내고 기뻐하는 지, 내 화가 질투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분노로 인한 것인지. 나의 감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을 한층 더 잘 알게 해준다. 취향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음식을 자주 먹는지, 주로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등 하나둘씩 나열해볼수록 더욱 뚜렷한 나를 찾을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세세한 감정과 확고한 취향,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이 모여 나만의 결을 완성한다. 이것은 나를 굳게 지탱 해준다. 나를 잘 알고 나에 대한 확신을 갖는 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든다. 삶이 지칠 때 다시 일어나게 해주는 힘이기도 하다.

  나이테가 없는 나무는 잘 휘고 힘이 없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 만의 결이 없는 사람은 흔들리기 쉽다. 나이테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난을 이겨낸 나무만이 갖는 자연의 훈장이다. 사람도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을 소홀히 대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며 고난이 와도 무너지지 않도록 결을 만들어야 한다.

  삶은 고통의 연속인 동시에 끊이지 않는 환희다. 현재 겪는 비극이 나를 성장시킬 장치임을 알고 끝없이 되뇌어야 한다. 수없는 자극이 굳은살을 만들듯 단단해지기 위해 나를 두드리는 행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내 결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신의 결을 상상하며 완성도 높은 타인의 결과 비교하기도 한다. 비교는 경쟁을 이끌고 더 나은 나를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비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까마득하게 이어질 것 같은 삶이 막막할 때도 있다. 한편 생이 끝나는 날에 내 결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