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사람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 덕성여대신문사, 황보경 기자
  • 승인 2020.05.27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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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를 보호하는 택배법 제정 필요해

  우리는 당일배송, 새벽 배송과 같은 편리한 서비스를 저렴한 배송료로 이용할 수 있는 택배 강국에 살고 있다. 질 좋은 서비스로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는 동안 택배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량을 감당해야 했다. 택배 노동자들을 둘러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적 대우를 받기 위해 그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택배 물량은 70만,
  인력은 고작 5만

  택배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인터넷 발달로 20012억여 개였던 택배 물량은 2016년 약 20억 개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택배 강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택배 물량은 약 70만 건, 매출액은 5조 원 이상이다.

국내택배 물동량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물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출처/뉴데일리경제 >

 

  택배 산업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늘어난 양을 감당할 만큼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택배 노동자들은 과다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쿠팡의 로켓 배송, 마켓 컬리의 샛별 배송과 같이 빠른 배송의 경우 제시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귀책 사유가 된다. 이는 택배 노동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안전상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 4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가 돌연 사망했다. 이에 대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사망한 택배 노동자는 매달 1만 개 이상의 물량을 소화하는 등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다고 폭로했다.

 

  ‘사람답게 일할 권리’ 달라는 요구에
  침묵으로 답하는 택배 회사들

  2017년 택배노조는 택배 회사 5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KG로지스를 대상으로 택배 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387명 중 76%가 혹한과 불볕더위에도 냉난방 시설 없이 일했다고 답했다. 30%는 마음 편히 쉴 휴게 공간도 없고, 20%는 비나 눈을 맞으며 분류 작업을 했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 평가보고서에서 기사 처우 수준의 개선을 언급한 내용이 있었으나 택배 회사들은 개선 방향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부당한 계약해지 등 논란이 생긴 CJ대한통운 대리점 7곳은 택배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교섭에 불응했다. 고용노동부가 설립 신고증을 주며 택배노조를 인정했음에도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대응 설명서에는 조합의 무자격을 주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01712월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을 고의로 무시하고 있다며 사회에 호소했다.

 

  특수고용직이 만들어 낸 ‘가짜 사장’
  불리한 계약 조건 바꿔야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유달리 어려운 이유는 택배 노동자의 근로 형태에 있다. 택배 노동자는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으로 생활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를 뜻하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택배 노동자는 1인 사업체의 사장이므로 하루 8시간을 초과해 근무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회사와 배달 건수에 따라 700~1,000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배달 건수를 늘리기 위해 식사나 휴가를 포기한다. 근로 형태는 택배 회사에 종속된 노동자지만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근무 기간과 관계없이 퇴직금, 교통비, 상여금 등을 기대할 수 없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 관계에 놓여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달만이 아니라 분류 작업으로 불리는 추가 무임금 노동을 해야 한다. 이는 배달 전 물건을 싣는 작업을 말하는데, 택배 노동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계약만 맺을 뿐 분류 작업과 관련한 임금 조항은 계약사항에 없다. 

  CJ대한통운은 현재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 작업이 ***휠소터 설치로 인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이하 김 위원장)은 노컷뉴스에서 휠소터가 노동 강도를 어느 정도 줄여주긴 하지만 노동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휠소터는 물건을 분류만 할 뿐 이를 싣는 노동은 사람이 직접 해야한다. 따라서 이 시간 동안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배달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싣는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고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회사에서 알바 고용 비용을 택배 노동자들에게 내라고 한다고 전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휠소터 앞에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news1>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에도
  계속되는 교섭 거부

  택배 노동자와 CJ대한통운 간 택배 노조설립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법정 공방의 결과로 20191115일 택배노조설립을 합법으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 요구 사실 공고명령에 불복하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택배 노동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CJ대한통운과의 교섭이 이뤄지지 않자 택배노조는 지난 1일 여의도에서 택배 노동자 진짜 사장 규탄대회를 주최하고 지난 20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사측과의 교섭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근로자에 한정해 인정한다. 그런데 택배 노동자는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고 업무장소가 비고정적이라는 특수성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는 인정받았지만, 근로기준법에 명시한 단체교섭권은 보장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의 지속적인 교섭 불응에도 법적으로 부당함을 호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8,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 물류 서비스산업법은 생활 물류 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인 근거를 만드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이 제정되면 택배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2019년 11월 15일 택배노동자들의 택배 노조 설립이 첫 합법 판정을 받았다. <출처/연합뉴스>

  택배 노동자 생존권 보장하는
  ‘택배법’ 제정 시급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택배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 과열에서 기인한다.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하는 경영 방식이 택배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택배법 제정이다. 택배법은 택배 회사별로 원가를 분석해 거리, 무게 등의 조건으로 운임을 정하는 운임인가제를 포함해 경쟁 과열로 인한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 악화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 노동자의 가치를 존중하고 택배사의 압박으로 인해 계약해지 위협에도 대항할 수 없는 택배 산업을 바꾸는 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9년에는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택배 요금 정상화 정당한 집배송 수수료 보장 고용안정 보장 5일제 도입 작업환경 개선 온전한 노동삼권 보장을 택배법에 넣어 제정하라는 촉구 시위가 열렸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촉구하는 택배 노동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연합뉴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안정, 실업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협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사민정협의회는 노사관계 발전법을 바탕으로 노사관계 선진화, 사업장의 고용·임금체계 개선에 큰 힘을 쏟고 있어 무법천지인 택배 현장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같은 취약계층에 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용인시 노사민정협의회는 택배 종사자의 고용안정 문제와 차별 해소 방안을 논의하며 민관이 업무협약을 맺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특수고용직 택배 노동자가 단기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의 지위를 갖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전국의 택배 노동자들은 근로자와 같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가장 절실한 때이다.

 
*위임계약: 법률 행위를 타자에게 위임하는 계약

**도급계약: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의 완성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 지급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

***휠소터: 택배 자동 분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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