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이 필요해
튜토리얼이 필요해
  • 정해인 기자
  • 승인 2020.09.07 0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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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게임에는 튜토리얼이 존재한다. 초등학생 때 즐겨 하던 간단한 플래시 게임조차도 시작하기 전 게임 방법을 설명해준다. 대단한 공략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조작키, 아이템의 종류, 점수를 얻거나 잃는 법, 제한 시간 등 해당 게임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 전부다. 그래서 아주 복잡한 게임이 아닌 이상 튜토리얼이 없어도 막무가내로 몇 번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그런데도 게임 개발자들이 굳이 튜토리얼을 만드는 이유는 감이 잡히기 전까지는 게임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조작키를 찾느라 아무 버튼이나 누르거나 다음 레벨로 갈 수 있는 조건을 몰라 의미 없는 게임 오버를 반복하는 과정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답답하기까지 하다. 튜토리얼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게임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성인이 되고 나서 튜토리얼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 스무 살이 된 직후에는 부러움을 많이 받았다. 어른들은 ‘제일 좋을 때’라고 했고 동생들은 이젠 ‘어른’이라며 신기해했다. 여러 미디어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나이인 것처럼 스무 살을 그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무색하게 성인이 된 나는 그냥 나였다. 술을 마실 수 있게 됐고 교통 요금이 더 비싸졌지만 여전히 익숙한 나였다. 문제는 거의 변하지 않은 나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능력치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내게 필요한 지식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는 알 필요도 없었고 누구도 내가 알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인이 되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생활에서 쓰기 힘들다고 쓸모없는 지식인 건 아니지만, 내게 당장 필요한 건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방법,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주의점,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지켜야 할 예절 등인데 수능을 위한 지식은 이런 상황에서 활용하기 힘들었다. 입시 공부를 하며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수능 과목을 배워서 어디에 쓰냐”는 말을 자주 했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그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 물을지도 막막했고 청소년일 때처럼 모른다는 말이 변명으로 통하지도 않았다.

  취미로 하는 게임에도 튜토리얼이 있는데 실제 삶에서는 이보다 나은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알더라도 그전까지는 아마 크고 작은 기회들을 놓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쓴 경험에 들이는 에너지와 시간을 다른 데 쓸 수 있도록 현실에도 튜토리얼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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