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 구할 때 썼던 앱, 그게 프롭테크예요
어제 방 구할 때 썼던 앱, 그게 프롭테크예요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 연구원
  • 승인 2020.10.07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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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 혹은 자산 (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했다는 뜻 을 가진 신조어다. 독자들도 부동산이 뭔지, 기술 이 뭔지 이미 알고 있으니 프롭테크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고 볼 수 있다. 이게 끝이냐 하면 정말로 끝이다. 다만 사람의 상상력은 무한하고 부동산이 라는 재화가 매우 복잡다단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자산에 무슨 기술을 결합하느냐에 따 라 다양한 양상의 프롭테크가 나타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올해 발간한 최신 연구자료에 따르면 프롭테크는 이제 스마트빌딩, 공유경제, 부동산 핀테크의 결합을 넘어 법률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리걸테크(legaltech)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산업이 프롭테크를 통해 재등장한 데는 전통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이기 인색했던 산업의 특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부동산 산업은 신기술 도입 없이도 산업구조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부동산 시장은 거대 자본력이나 관련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비교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곳이다. 또한 정부 규제와 정책이 크게 좌우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기술 친화적이지 않았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기술 친화적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부동산 산업을 대표적인 기술 저이용(Low-Tech) 산업으로 분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술 저이용 산업으로 남아 있던 부동산 시장에도 2000년대에 들어 IT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동산114’로 잘 알려진 부동산 포털사이트가 ‘모두넷’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것이 1999년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9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독자적인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해 영국에서는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주플라(Zoopla)를 런칭했다. 유럽, 나아가 미국의 프롭테크 열풍에 불을 붙인 순간이다.

2020년 9월 26일 기준 디스코 웹사이트에 등록된 상업용 건물의 MLS 사례다.
2020년 9월 26일 기준 디스코 웹사이트에 등록된 상업용 건물의 MLS 사례다. <출처/disco>

  초기에는 오프라인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부동산 매물을 온라인으로 업데이트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지금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롭테크가 바로 이런 부동산 매물 목록 제공 서비스(MLS, multiple listing service)의 일종이다. 학교 앞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한 번 쯤은 실행했을 ‘직방’, ‘다방’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은 원하는 방 유형과 보증금, 월세 수준을 검색하면 몇 초 안에 동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방을 구하려면 정문 앞 우이천, 솔밭공원은 물론이고 멀리 수유리까지 원룸 전단지를 모으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기존에는 서비스 사용자가 많은 주택 위주에서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상업용 건물까지도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롭테크는 산업의 확장 범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넓다.
프롭테크는 산업의 확장 범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넓다.<출처/프롭테크와 부동산의 발전>

  프롭테크는 비단 운영단계에 그치지 않고 기획·시공단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 건물 설계 기법을 도입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대 할 수 있는 설계도를 추천해준다. 한정된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위워크(WeWork)나 패스트파이브(FASTFIVE)와 같은 공유경제가 성장 궤도에 올라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20년 9월 26일 기준 스페이스워크 랜드북 솔루션이 AI를 도입한 다세대/다가구 주택 신축 설계제안 사례다. 출처 스페이스워크 랜드북 솔루션
2020년 9월 26일 기준 스페이스워크 랜드북 솔루션이 AI를 도입한 다세대/다가구 주택 신축 설계제안 사례다.
<출처 스페이스워크 랜드북 솔루션>

  프롭테크 시장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투자금액 역시 늘어나고 있다. 미국 프롭테크 관련 협회 ‘크레테크(CRETECH)’는 전 세계에서 프롭테크에 투자하는 금액이 2018년 11조 원에 달했고 2019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7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프롭테크 기업들이 모여 발족한 한국프롭테크포럼에 의하면 지난 5년간 국내 투자액은 1조 3,88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프롭테크의 투자금 유치가 순항하는 이유는 기존의 기술 저이용 부동산 산업보다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여러 기업 역시 부동산 자산의 단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 하고 있었다. 생산성 향상은 결국 돈과 직결되는 문제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프롭테크가 부동산 산업에 미칠 가장 중요한 영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2018년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을 본격 시행하며 프롭테크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IT 수준과 부동산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또한, 우리나라 부동산 자산의 가격을 모두 합하면 1경 6,621조 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경’ 단위에 도달할 정도로 큰 액수다. 이 때문에 정부는 향후 프롭테크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법을 제정했다. 프롭테크와 관련한 진흥법 제정으로 법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업계에서 큰 힘이다. 5년마다 법에 정해진 계획인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에 가상공간을 실제와 같 이 만들어 여러 시뮬레이션을 하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대표과제로 선정되는 등 정부의 투자 계획도 가시화돼 프롭테크는 향후 수년간 꽃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된다.

Kalasatama는 헬싱키에서 개발 중인 해변의 디지털 트윈 사례다. 출처 The Kalasatama Digital Twins Project
Kalasatama는 헬싱키에서 개발 중인 해변의 디지털 트윈 사례다. <출처/The Kalasatama Digital Twins Project>

  이러한 장점과 업계의 투자,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롭테크가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 관리 문제다. 프롭테크는 산업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생존의 3대 요소라 일컬어지는 의식주 중 주(住)에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프롭테크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는 우리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마련이다. 만약 데이터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인정보 유출은 필연적이므로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근 의료 파업으로 인해 지방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이 드러나면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원격 의료 이슈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법적 쟁점을 해결하지 못해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프롭테크와 관련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진 것이 바로 토론토 스마트시티 계획이다. 수십 년간 버려진 땅을 활용해 북미 최대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특히 IT 거대 공룡인 ‘구글’이 총 4조 5,600억 원을 직접 투자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5월, 구글은 돌연 계획을 폐기하고 투자 계획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창궐에 뒤이은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것이었지만, 외신에서는 그간 프로젝트 공청회 과정에서 개인정보 관련 이슈에 대해 반대 측과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중의 공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프롭테크의 발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질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기술에 투자할 마음씨 좋은 투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대중의 공포를 해결하는 것은 온전히 프롭테크 기업들의 몫으로 남았다. 다만 대중들에게도 같은 주제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프롭테크 기업에서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제거 후 사용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원격 의료의 경우 개인의 질병 유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만, 프롭테크의 정보는 성격이 다르다. 개인정보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고 기업은 정보 보호를 위해 애써야 한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한 지나친 공포를 자제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것이 더욱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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