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가 추천하는 <영화>
덕기자가 추천하는 <영화>
  • 정해인 기자
  • 승인 2020.11.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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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이에 덕기자가 책, 공연, 전시회 등을 소개해 학우들에게 한 줄기 여유를 선물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모쿠슈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너무 만연하게 퍼져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이런 믿음과 다소 다른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 프랭크는 늙은 권투 코치다. 가진 것이라곤 다 무너져가는 도장뿐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딸과는 왕래는커녕 기별조차 없고 친자식처럼 키운 제자는 데뷔를 앞두고 유명 트레이너의 코치를 받기 위해 떠났다. 그런 그에게 메기가 찾아온다.

  메기 역시 그 못지않게 가진 게 없다.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을 아끼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갑작스레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13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했다. 권투에 대한 열망만이 메기가 가진 전부였다. 메기는 권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밝히며 프랭크에게 코치가 돼 달라고 부탁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여자 선수를 키우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은 둘째치더라도 서른이라는 나이는 권투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끈질긴 설득과 노력 끝에 프랭크는 메기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각자 혼자였던 둘은 서로를 얻고,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메기는 승승장구하며 이름을 떨친다. 프랭크는 메기에게 ‘모쿠슈라(Mo Cuishle)’라는 링네임을 지어준다. 무슨 뜻이냐고 묻는 메기에게 프랭크는 경기에서 이기면 뜻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챔피언 쟁탈전에 나간 메기는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전신마비 상태가 된다.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메기를 이용하려 든다. 프랭크는 그런 가족을 대신해 그녀를 정성껏 간호한다. 점점 상태가 나빠지자 메기는 프랭크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프랭크는 괴로워하지만 결국 메기의 부탁을 들어준다. 둘의 마지막 순간, 그는 메기에게 ‘모쿠슈라’는 게일어로 소중한 혈육이라는 단어임을 알려준다.

  일부는 프랭크의 행동에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프랭크도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지 신부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미 후회하고 있다는 그의 말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일상적인 도덕적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음을 설득시킨다.

  프랭크와 메기에게 피로 맺어진 가족들은 의미 있는 관계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에게 위로받고 결국에는 서로의 ‘모쿠슈라’가 된다. 작품은 마지막까지 보편적인 믿음에 작은 균열을 낸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삶과 그 안의 소중한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당신에게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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