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의 열쇠, 의료용 대마
난치병 치료의 열쇠, 의료용 대마
  • 황보경 기자
  • 승인 2021.05.1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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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아닌 의약품으로, 우리는 대마가 필요하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용 대마 사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매우 제한적인 의약품 가짓수와 복잡한 절차, 비싼 약값 등으로 환자들은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의료용 대마 산업이 활발한 해외에 비해 아직 대마가 마약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강하다. 의료용 대마는 난치병의 효과적인 치료제이며, 고통받는 환자들의 버팀목이다. 의료용 대마의 기능과 우리나라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의 필요성을 살펴보자.

 

  의료용 대마 허가 2년차
  환자 의료부담은 여전해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11월, 마약류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마약류인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 법이다. 2019년 3월부터 대마 성분 의약품 처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항암환자 구토 치료제 ‘세사멧’ △다발경화증 치료제 ‘사티벡스’ △에이즈·항암 환자 구토 치료제 ‘마리놀’의 총 4가지를 구매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산하 기관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필수센터)에서만 수입 및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마 성분 의약품 구매가 가능해졌을 뿐,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들지 않아 약값이 매우 비싸다. 에피디올렉스는 1병에 139만 5,496원으로, 이를 제외한 *CBD 성분 제품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값싼 의약품이 있어도 환자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지난 4월 1일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해 연간 투약 비용을 약 200만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나, 보험급여 대상의 범위는 약 550명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에피디올렉스는 대마에서 추출한 CBD 성분 의약품이다. 1병에 약 140만 원으로, 같은 효능이 있는 대마 오일에 비해 8배나 비싼 가격이다.출처 / 메디칼옵저버
에피디올렉스는 대마에서 추출한 CBD 성분 의약품이다. 1병에 약 140만 원으로, 같은 효능이 있는 대마 오일에 비해 8배나 비싼 가격이다.<출처/메디칼옵저버>

 

  행정편의 중심의 법령,
  주체인 환자가족은 어디에

  대마 성분 의약품은 처방 기준과 의약품 구매 절차가 까다롭다. 난치병 환자가 처방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의 특정 상급종합병원의 특정 의료인에게 가야만 한다. 국내 치료 데이터가 부족하고 처방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권한이 있음에도 처방을 꺼리는 의사가 매우 많은 까닭이다. 처방전을 받은 후 작성하는 의약품 구매 신청 서류는 최소 12가지가 필요하고, 처방부터 공급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린다. 즉각적인 치료가 중요한 환자들은 복잡한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수입할 수 있는 대마 성분 의약품의 가짓수도 손에 꼽는다. 제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대마 성분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마 성분의 특수의약품만을 허가했을 뿐 관련 식품은 여전히 불법이다.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강성석 대표(이하 강 대표)는 “제약사가 사과즙을 가지고 의약품 승인을 받았는데, 식약처가 사과즙 성분의 의약품만을 허용하고 식품으로서의 사과즙 개발을 막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며 “한국에서도 대마초를 익숙한 식품, 건강기능식품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고 말했다.

2019년 한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 대표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의료용 대마 처방을 전초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출처 / 한의신문
2019년 한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 대표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의료용 대마 처방을 전초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출처/한의신문>

 

  거점약국 제도,
  정부 지원조차 없어

  ‘의료용 대마’ 법안 통과 이후, 우리나라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 없이 ‘대마 성분 의약품을 필수센터에서 공급한다’는 조항만을 신설했다. 필수센터는 서울에 위치해 지방 소재 환자들은 구입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수도권 환자들이 약을 처방받는 과정에서 시간·거리적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약국 의약품 공급제도’를 만들었다. 필수센터와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업무 협약(MOU)을 맺어 전국 약국 30개소를 거점약국으로 선정해 희귀 의약품을 관리하고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작년 2월, 정부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거점약국 제도를 중단했다. 약 6개월 후, 약사회가 외부 지원 없이 환자들을 돕겠다며 다시 필수센터와 자체적으로 거점약국을 활성화했으나 재고할 점은 여전하다. 당시 약사회는 “특수한 환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세부 정책방안을 마련해야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관련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환자가 중심이 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류의 생약 대마,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다

  대마는 인류의 역사에 있어 생약의 한 종류였으며 20세기 초까지 여러 국가의 임상에서 사용했다. ‘아유베르다 약전’과 ‘지중해 약전’, 중국의 전통 약전인 ‘신농본초경’ 등 전통 약전에서도 대마 처방을 다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1997년, 대마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대마를 생약으로 사용함을 보고해 의료용 대마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대마초를 구성하는 성분은 크게 **THC와 CBD로 나뉜다.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THC를 제외하고 CBD만을 추출해 만든 대마 성분 의약품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흥동 교수는(이하 김 교수) “의료용 대마는 기존 약에 반응하지 않던 뇌전증 환아의 발작조절에 효과를 보였다”며 “허가되지 않았던 다른 질환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대마는 다양한 병의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대마는 ADHD나 뇌전증, 녹내장 등 수많은 질병에 유용하다”며 “특히 지속적인 신경학적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마초 제제는 통증 및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뇌전증과 경련 등의 기타 의학적 상태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UN 마약관리회,
  ‘대마를 마약에서 제외한다’

  1961년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에서는 대마초를 헤로인, 아편, 코카인과 함께 공중 보건 문제가 있는 약물로 분류했다. 그러나 WHO의 약물 의존성 전문가 위원회(이하 ECDD)는 대마초를 꾸준히 치료 분야에서 연구한 결과, ‘대마초는 다른 위험 물질과 달리 남용과 부작용의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ECDD는 대마초에 대한 통제물질 지정 해제를 권고했다.

  작년 12월, UN은 대마초와 대마초 수지를 마약에서 제외하는 투표를 진행했고 53개 회원국 가운데 27개국이 찬성했다. WHO의 권고에 따라, 60년 만에 대마가 마약류에서 제외된 것이다.

  UN의 대마 등급 조정에 따라 국내 법령 개정도 시급해졌다. 우리나라는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 가입국으로서 그동안 대마의 거래 및 재배 등을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도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관계 법령의 미개정에 있다. 강 대표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의료용 대마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WHO의 권고를 따라 대마초 및 대마 수지를 식품·생약의 수출입과 제조 및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외국의 특정 제약회사에게 독점권을 주고 몇몇 의약품만을 수입한다면 국내 대마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농생명 특성화 센터의 대마 LED 식물공장에서 고품질의 의료용 대마 재배를 통해 신약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출처 / 바이오타임즈, 전북대학교 제공
전북대학교 농생명 특성화 센터의 대마 LED 식물공장에서 고품질의 의료용 대마 재배를 통해 신약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출처/바이오타임즈, 전북대학교 제공>

 

  난치병 치료의 열쇠
  의료용 대마의 전망

  해외 대마 시장은 매년 24%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용 대마 재배와 신약 연구 개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난해 7월부터 THC 함유량이 0.3% 이하인 대마를 합법적으로 △생산 △가공 △판매한다. 전북대학교 약학대학은 국책사업으로 ‘LED 식물공장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첨단 식의약소재 산업화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대마는 기존 약에 반응하지 않던 난치성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이다”며 “의료계에도 한 발 전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성급한 긍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대마의 오남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CBD 이외의 약제는 유효성과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CBD: cannabinoid(카나비노이드)의 약자. 환각 성분이 없고 의약품으로서 효과를 지닌 대마의 유효성분
**THC: tetrahydrocannabinol(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의 약자. 인체에 유해한 대마의 환각 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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