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판타지는 여성 친화적 장르일까?
로맨스 판타지는 여성 친화적 장르일까?
  • 김유리(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21.05.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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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중 한국만의 특별한 종류인 웹툰이 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비단 웹툰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부상 중이다. 웹소설은 2000년대 초중반에 열풍을 일으켰던 인터넷 소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20대 중후반을 달리는 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인터넷 소설을 한 번 정도 읽어봤을 것이다. 이전에는 ‘텍본’이라고 불리는 파일 형태로 인터넷을 떠돌던 소설들이 이제는 정식 플랫폼을 통해 연재한다.

  웹소설이 부상한 가장 큰 계기는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의 흥행이다. 문화생활에 가장 돈을 많이 쓴다는 2·3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장르인만큼 로맨스 판타지의 흥행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욕구를 많이 반영한 장르이기도 하며, 여성 주인공이 활약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로맨스 판타지가 과연 여성 친화적인 장르일까?

  대부분의 로맨스 판타지 배경은 유럽과 같은 서양이다. 가상의 나라를 표방하고 있으나 소설을 읽다 보면 중세유럽이 떠오른다. 이러한 계급 사회 속에서 주인공들은 귀족 영애로 나오는데 초반의 처우는 그리 좋지 못하다. 주인공은 사실 매우 현명하고 아름다우며 그런 그녀를 알아봐주는 남자를 만난다. 나아가 자신을 우습게 여기던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위의 한 문단으로 수천 편의 소설을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소설들의 내용이 매우 일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여성의 군상이 나오기보다는 똑똑하지만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전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났으나, 결국은 또 하나의 수동적인 여성상을 만들었다. 로맨스 판타지 속 여성은 똑똑하고 실패하지 않으며, 답답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여성을 구원해주는 것은 자신의 합리성이 아닌 권력자라는 것이다. 부당한 상황에 부닥친 주인공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해도 주변 사람들은 그를 무시한다. 황태자 혹은 공작, 대공 정도의 신분을 가진 남성이 동조하는 순간에야 그의 말은 힘을 얻는다. 남성의 승인 없이는 일을 진행할 수 없다.

  로맨스 판타지는 현대 여성들의 계층 상승에 대한 열망과 안전한 연애에 대한 욕망을 투영한 장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동적인 여성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이것이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어떤 소설들보다 많은 여주인공을 등장하는 로맨스 판타지가 여성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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