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는 건강한 간식을, 노인에게는 행복한 일자리를
개에게는 건강한 간식을, 노인에게는 행복한 일자리를
  • 주세린 기자
  • 승인 2022.03.28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5년, 우리나라는 인구 20%가 노인으로 구성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예정이다. 이에 노인 일자리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반려견 수제 간식 사업을 노인 일자리 창출과 접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있다. 시니어 여성 직원들과 변화의 첫 파도에 오른 개로만족 한아름 대표를 만났다.

 

  Q. 개로만족은 어떤 기업인가요?

  개(犬)로(老)만족은 개와 노인을 만족시키겠다는 뜻에서 설립한 반려견 수제 간식 제작 기업입니다. 반려견 수제 한과라는 시그니처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제 간식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품 담당 셰프들을 시니어 여성으로 구성해 노인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셜벤처 기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어요.

 

  Q. 노인과 반려견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창업 계획이 없었어요. 그러나 노인이나 반려동물 관련된 문제와 같이 제가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에 접근하려면 취업보다 창업을 택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사회문제를 기업가 정신으로 접근하는 대학연합 비즈니스 단체 ‘인액터스 코리아’에 들어가 아이템을 구상했어요. 여러 문제 중 제가 떠올린 것은 시니어 여성의 일자리 문제였어요. 저는 평소 저희 할머니와 가깝게 지냈는데 할머니를 포함한 많은 여성 노인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니어 여성들과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비자의 입장일 때 겪었던 불만을 정리해봤어요. 일단 저는 견주로서 오랫동안 반려견에게 먹일 간식에 대한 불신이 있었어요. 제 반려견이 먹는 제품이 과연 안전한 과정을 거친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거든요. 특히 반려견이 구토 등 음식 때문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면 그 불신이 더욱 커졌어요. 이때 믿을 수 있는 할머니 셰프가 제품을 만든다면 나도 믿고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Q. 주메뉴를 한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과는 우리나라 전통 간식이기에 그 자체로 고풍스러움을 담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고급 간식입니다.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한과가 셰프 전원이 시니어 여성으로 구성된 우리 기업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귀한 손님에게 정성스레 만들어 대접했던 한과의 가치가 반려견 간식과 맞닿으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한과는 다양한 종류로 제조할 수 있는 간식이기도 해요. 주메뉴의 세부 종류가 많을수록 제품을 더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해외에 우리나라 문화를 전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장차 개로만족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시 주메뉴인 한과를 통해 한국 전통의 가치를 알릴 수 있습니다.

 

  Q. 한과를 비롯한 제품 개발 방식이 궁금합니다.

  개로만족의 모든 제품은 많은 수정을 거친 후 판매해요. 초반에는 제품을 시식할 체험단을 모집하고 설문지를 배포합니다. 설문에는 △반려견이 좋아했는지 △간식이 많이 딱딱하진 않은지 △크기가 적당한지 등의 항목을 넣어 자세한 피드백을 받아요. 이후 셰프들과 의견을 조율해요. 제품을 만들 때 ‘이 부분은 호박고구마보다 밤고구마를 사용하는 게 낫다’거나 ‘재료를 찌는 방식에서 삶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다’는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수정해요. 이외 최소 디테일 점검까지 총 50여 차례의 과정을 거쳐 제품을 완성합니다.

 

  Q. 소비자들이 개로만족을 자주 찾게 만드는 특장점이 있나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기호성이에요. 소비자들은 반려견이 잘 섭취할 수 있는 간식, 즉 기호성 높은 제품을 선호합니다. 기호성에 특화한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우선한 것은 아니지만 연륜이 풍부한 할머니 셰프들이 제조하니 자연스레 기호성 높은 간식이 탄생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한과라는 제품 자체에 있습니다. 전통적 가치를 지니는 한과를 주요 상품으로 다루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해요. 한과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반려견 수제 간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은 개로만족이 유일무이하고요.

  마지막은 신뢰예요. 소비자들은 ‘할머니들이 손주에게 간식 만들어주듯 우리 반려견에게도 정성을 들여 간식을 만들어줄 것이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셰프들은 제조 과정에서 책임감을 갖고 간식을 만들어요. 이렇게 쌓인 신뢰가 개로만족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Q. 기업의 대표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일자리를 제공받은 6,70대 여성분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가끔 셰프들이 월급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배우고 싶었던 취미나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셰프님은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컴퓨터와 피아노 학원을 등록하셨고, 어떤 셰프님은 손주들 선물을 구매하시기도 해요. 셰프들 가까이서 행복을 지켜보고 소비자들의 좋은 후기를 볼 때 느끼는 보람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Q. 기업을 운영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저는 회사가 곧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한 결과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경영자들에게 기업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사람 문제라고 답해요. 자금 문제라면 해결 방법이 있지만 사람 문제는 정답이 없잖아요. 협동 과제를 하는 상황과 똑같아요. 목표와 비전은 같아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만나기 어렵죠. 그럴 때마다 다른 대표님의 “이 허들을 넘는다면 더 이상 힘들 게 없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위안받고는 했어요. 이런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점차 능숙한 경영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대표님이 추구하는 기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노인 일자리 사업에 한 획을 긋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노인층은 청년층보다 일자리 선택 폭이 좁아요. 노인 일자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에 노인들이 환영받고 자신의 역량을 생산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길 바라요. 그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개로만족이 앞장서 노력하겠습니다.

 

  Q.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사회는 창업을 시도하기 두려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요. 더구나 대학생들은 가진 게 많지 않고 경험도 적어 창업을 꿈꾸기 쉽지 않죠. 그들에게 본업 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펼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천해요. 직원과 대표의 입장은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에 CEO 입장에서의 적게나마 경험을 쌓아보는 게 좋습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하고 내 집을 마련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이 사회가 추구하는 ‘일반적인 삶’이라고 볼 수 있어요. 창업은 사회가 정한 루트를 과감히 이탈한 행위예요. 사회가 정한 길을 벗어나는 것이 공포와 두려움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정말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용기 내 도전해보세요. 분명 5년, 10년 뒤에는 값진 경험으로 남을 거예요.


*소셜벤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창설한 기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