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점 많은 ‘빚탕감 정책’, 수혜자는 누구인가?
의문점 많은 ‘빚탕감 정책’, 수혜자는 누구인가?
  • 이효은 기자
  • 승인 2022.08.29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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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세부 기준 필요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고 전세계적인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다. 이에 빚을 내서 투자한 이들은 최근 지속된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이들의 빚을 탕감하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새출발기금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래를 이끌어갈 2030 청년의 재기를 도와줄 수 있는 정책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식투자 열풍 속
  2030세대

  2020년 외국인과 기관에 맞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일명 ‘동학개미운동’ 현상이 발생했다. 동학개미운동은 농민들이 부정·외세에 대응해 일으킨 ‘동학농민운동’과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를 합친 표현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고객들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한 그들이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이는 2030세대가 투자 열풍에 뛰어드는 데 한몫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신규개설 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반 이상이다. 사회초년생이기에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부동산 시장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주식투자로 눈을 돌려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고수익을 내기 위해 고위험을 감수했고 이 영향으로 20대 대출액이 1년 새 12%가 증가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이동준 연구원(이하 이 연구원)은 “2030세대는 심리적으로 주식 손실에 대한 생각보다 이익을 향한 기대심리가 더 크다”며 “사회적으로 한탕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박영섭 경영학박사는 “집값이 매우 치솟는 상태라 대출과 상속 말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투자자 비율<출처/동아일보, 한국예탁결제원 및 가상자산거래소 자료 제공>
연령대별 투자자 비율<출처/동아일보, 한국예탁결제원 및 가상자산거래소 자료 제공>

 

  빚내서 감행한 과도한 투자
  갚지 못하는 현실

  투자가 문화로 자리잡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긍정적 미래를 바라보며 빚을 내 투자한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대졸자 취업률은 61.1%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코로나19 이후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 수는 24만 1,000명으로 최근 10년 평균인 29만 8,000명의 80%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김태인(국제통상 2) 학우는 “경기침체로 인해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생들이 졸업보다는 졸업유예를 택하는 것 같다”며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학교에 소속한 대학생 신분으로 남아있을 수 있어 졸업유예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예지(식품영양 2) 학우는 “졸업 후 취업난으로 공백이 생기는 것보다 학교에 소속해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발행한 코인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임을 언급하며 안정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5월 발생한 대량 매도는 곧 안정성 붕괴로 이어졌고 루나·테라의 가격은 최고가 대비 99.99% 폭락해 상장이 폐지됐다.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인 후 큰 손실을 겪은 2030세대는 혼란에 빠졌으며 어려운 현실에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尹정부, 해결을 위해
  새출발기금 정책 제시

  정부는 투자 시장 붕괴로 부채 상환이 어려운 주식 투자자를 구제하는 새출발기금 정책을 내세웠다. 새출발기금은 보유 자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 3개월 이상 연체자에 한해 최대 90%의 원금을 감면하는 것이다.

  그중 논란이 된 부분은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위해 빚을 낸 이들이 갚지 못한 채무를 왜 국가가 부담해 줘야 하냐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채무 조정 프로그램은 채무자들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생계를 일탈하지 않도록 **넛지 형태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은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도덕적 해이와 함께 모호한 기준으로 고의 연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감면율이 과도하기 때문에 결국 금융사가 개인의 빚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금융권을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설명회를 열어 운용방향 초안을 공개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정책국장은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에 “국세청과 연계해 엄격히 재산과 소득을 심사할 예정이다”며 “주기적으로 재산 조사를 진행해 은닉 재산을 발견할 시에는 채무조정을 무효처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새출발기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권대영 금융정책국장&lt;출처/연합뉴스&gt;
지난 18일, 새출발기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권대영 금융정책국장<출처/연합뉴스>

 

  이전 정부 빚탕감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

  빚탕감 정책을 내놓은 것이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정책을 통해 ***배드 뱅크를 만들어 1억 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6개월 넘게 갚지 못한 연체자에 대해 빚 50%를 삭감했다. 또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1,000만 원 이하 빚을 가진 10년 이상 장기 채무자의 채무원금 전액을 면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당시에도 도덕적 해이나 은행권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존재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부의 빚탕감 정책이 비난받는 이유는 대상 선정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의 고령자로 제한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회수할 재산이 없고 월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 기준 월 99만 원)를 밑돌면 스스로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은행별로 탕감 정도를 정하게 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대상자 대부분 저신용 저소득층이고 사회 취약계층이다”며 “이런 사람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틀에 가둬 채무 해결만을 기다린다면 이들은 평생 연체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고 이는 비생산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가현(식품영양 2) 학우는 “한탕을 노릴 생각으로 무리하게 대출받아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과 취약 계급을 동등하게 취급하면 안 된다”며 “코인이나 주식을 위해 빚을 낸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굳이 국가에서 투자 빚을 탕감해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정재민(철학 2) 학우는 “차라리 이 돈으로 취약 계급을 도와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올바른 실행을 위해
  해결방안 마련해야

  이처럼 잡음이 이어지자 금융위원회는 부실 우려 차주 선정에 대한 세부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스스로 확인하게 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새출발기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금융권은 △ 부실 우려 차주 선정 및 정보 공유 △ 이자 조정 수준 문제 △ 새출발 기금 신청기한 등 아직 해결해야 하는 점이 많지만 당장 다음 달에 시행이라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정책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도 아직 미흡하다.

  또한 일각에서는 해당 정책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그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려 노력한 사람들은 해당 정책이 반가울 리 없다.

  정책 개선에 앞서 무분별한 대출 제재와 인식 변화 교육을 진행해 위험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주식은 미래가치에 따라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도박과 공통점이 많다”며 “주식투자 위험성에 대한 고지 및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목적으로 하는 신용대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 화폐와 1:1 가치가 고정된 암호 화폐
**넛지(nudge):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
***배드 뱅크: 금융 기관의 부실 채권이나 자산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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